"10년 가까이 해 온 바닷일, 이젠 그만두고 싶으시다더니…."
13일 부산 서구 암남동 원양프라자 건물 7층 ㈜인성실업 부산지사. 오전 회사로부터 실종 소식을 듣고 달려온 선장 유영섭(45)씨의 처남 김선수(50)씨는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김씨는 "얼마 전 매형과의 통화에서 '이제 배를 그만 탔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는데 사고를 당했다니 너무 가슴이 아프다"며 "제발 무사히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와 함께 선사로 들어선 유 선장의 아내는 침통한 표정 속에 말문도 열지 못했다.
실종된 기관장 안보석(53)씨의 동생은 "지금은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무조건 형이 무사히 돌아오기만 바랄 뿐이다"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사망 또는 실종된 다른 선원 가족들도 청천벽력 같은 비보에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연신 훔치면서 할말을 잊은 듯 입을 굳게 다물었다.
생물자원 연구 등을 위해 국제옵서버로 배에 탔다가 실종된 김진환(38)씨의 어머니는 갑작스런 비보에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김씨의 동생은 "3일전에 통화했는데…"라고 흐느꼈다.
지난 10월 말 승선한 김씨는 이번 사고 피해자 가운데 유일하게 선원이 아니었다. 남극 인근 바다에서 조업하려면 반드시 국제옵서버가 조업 선박에 승선해 어장환경 조사를 하도록 돼 있다.
김씨를 선사에 추천한 국립수산과학원 김두남 연구사는 "김씨는 업무에 무척 꼼꼼하고 성격이 적극적이고 동료들과도 잘 어울렸다"며 "출항하기 전 '남극 쪽으로 가면 위험할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고 했는데 이런 소식이 들려 침통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계획대로라면 내년 1월 말 한국으로 돌아올 예정이었다.
한국인 선원 중 유일하게 생존이 확인된 1항사 김석기(46)씨의 어머니는 "지옥과 천당을 오간 기분"이라며 아들의 구조 소식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의 어머니는 "아들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약을 먹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면서 "돌아와서 품에 안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다"고 걱정했다.
㈜인성실업 부산지사는 이날 아침부터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전체 직원들이 대책 마련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회사 측은 이날 오전 10시30분께 서울 본사로부터 제1인성호가 침몰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곧바로 대책회의를 열어 사고 수습에 들어갔다. 한국인 선원 가족들에게 사고 소식을 전달하고, 본사와 수시로 전화 통화를 해가며 현지상황을 체크하고 있다.
선사 측은 "선원가족의 마음을 생각해 사망자 등 신원을 최종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구체적인 명단 공개를 늦추는 등 극도로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사고 원인에 대해서도 선사 관계자는 "현재는 생존자 구조가 가장 중요한 일"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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