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베이너 미국 하원의장 내정자가 또 눈물을 보였다. 대통령 부통령에 이은 넘버3이자, 현재 공화당 최고 파워맨인 그는 12일 방송된 CBSTV 토크쇼 '60분'에서 "취임 즉시 의회경비 5%를 삭감하도록 하겠다"는 포부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협상 등을 밝히던 중에 어려웠던 어린시절 얘기로 빠지더니 결국 펑펑 울고 말았다. 다음달부터 미 하원을 책임질 그를 만나러 간 진행자 레슬리 스탈은 급기야 손을 잡아주며 울음을 진정시켰다.
스탈은 화제가 됐던 중간선거 승리연설 눈물에 관해 "무엇을 떠올리며 울었냐"고 물었고, 베이너 내정자는 아버지로부터 내려온 '아메리칸 드림'을 말하며 훌쩍이기 시작했다. 지난달 중간선거 승리연설 때도 베이너 내정자는 '아메리칸 드림'을 언급하던 대목에서 눈물을 터뜨렸다. 이날도 시골마을에서 조그만 술집을 하던 아버지의 빠듯한 수입으로 12남매를 키운 사연부터, 열살부터 마루닦기와 설거지를 도맡았던 고생담을 줄줄이 풀어놓았다.
그는 아이비리그 명문대 출신들이 즐비한 워싱턴 정가에서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 있는 세이비어 대학 야간과정을 다닌 희귀한 이력을 지녔다. 이마저도 환경미화원과 술집 웨이터를 전전하며 학비를 벌어 겨우 마쳤다. 부유한 배경을 지닌 오렌지족 진보주의자인 현재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와 비교되는 서민적인 보수파로, 미국인들은 이런 점 때문에 베이너의 진심을 높이 사고 있다. 실제 민주당 지지자였던 그는 세일즈맨으로 취업한 후 쥐꼬리만한 월급에서 많은 세금을 빼내가는 것을 보고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공화당 지지자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너 내정자는 이날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상징적 조치로 예산삭감을 단행하겠다며 "의회경비 5% 삭감이 첫번째 표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의원이 자신들이 쓸 수 있는 돈이 5%쯤 줄어드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런 조치에 따라 2,500만~3,000만달러의 예산이 절약될 수 있다고도 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