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교는 종교이기에 앞서 무슬림의 생활 전반에 대한 규범 성격이 강하다. 정교분리의 관념이 약해 경제활동 전반에까지 '샤리아(Syariah)'라는 이슬람 규범이 작용한다. 이슬람 금융 또한 샤리아를 철저히 따른다. '무슬림은 돈을 빌려줄 때 원금만 받아야 한다. 이자는 타인의 재산에 대한 적절치 못한 갈취와 같다.' 이자 금지는 이슬람 금융의 최대 특징이다. 은행 예치 자금에 대해 단순히 시간이 지났다고 이자를 주는 것은 부당이득으로 간주한다. 도박과 투기, 알코올 담배 무기 포르노 등의 제조에 관여하는 기업과의 거래도 금지한다.
■ 수쿠크(Sukuk)는 샤리아에 적합한 형식으로 발행되는 이슬람 채권이다. 일반 채권과 마찬가지로 세계 각지의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다. 다만, 자본사용에 대한 이자 지불이 금지돼 있어, '이자' 대신 '이익 배분'이라는 개념이 사용된다. 예컨대 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을 할 때 채무자에게 직접 돈을 빌려주지 않고 집을 구입해서 살게 한 뒤 임대료를 받거나(이자라ㆍIjarah), 은행과 고객이 공동 출자해 사업체를 경영한 뒤 여기서 발생한 이익을 출자액에 비례해 배분하는 방식(무샤라카ㆍMusyarakah) 등을 활용한다.
■ 그간 중동의 오일머니가 주로 투자된 지역은 유럽과 미국이었다. 하지만 9ㆍ11테러 이후 이슬람 자금 흐름에 대한 감시가 강화되면서 아시아로 눈을 돌리고 있다. 세계에서 무슬림 인구가 가장 많은 데다 경제 활력이 넘치기 때문이다. 아시아의 이슬람 금융센터 격인 말레이시아를 비롯해 싱가포르 일본 등이 이슬람 자금 유치에 발벗고 나섰다. 그런데 국내 법은 달러 등 외화채권의 이자소득에 대해 세금을 면제해 주지만, 실물거래 형식인 수쿠크에 대해선 세금을 부과해왔다. 이 경우 조달 금리가 2~4%포인트 올라가 수쿠크 발행이 불가능하다.
■ 현재 전 세계의 무슬림 인구는 15억명. 출산율이 높아 20년 후에는 세계 인구의 3분의 1로 증가할 전망이다. 원유가격 급등으로 오일머니도 넘쳐난다. 미국 등 기독교계 국가는 물론 유대계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조차 이슬람 자금 유치에 혈안이다. 수쿠크는 이슬람 율법의 영향을 받지만, 일반 채권과 별 차이가 없다. 장기투자 목적이어서 영ㆍ미계 자금보다 변동성도 적다. 원전, 플랜트 수출 등 중동국가와의 협력 강화를 위한 현실적 필요성도 크다. 수쿠크 법안을 무산시킨 여당 의원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종교적 이유로 경제적 이익을 걷어찰 만큼 여유로운 사람인가.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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