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부 중 '중소기업 살리기'를 주창하지 않은 정부는 하나도 없다. 모든 정치인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중소기업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대기업 집단의 총수들의 첫 번째 화두는 대ㆍ중소기업 상생이다. 대한민국 중소기업 지원 정책은 그 다양성에서 가히 세계 최고이다.
지속 가능한 동기 부여를
소위 대한민국을 이끄는 집단의 강력한 의지에 비하여, 그 결과는 어떠한가?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격차의 확대는 사회 통합의 핵심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국가 GDP(국내총생산) 기여 비중이 선진국 기준인 50% 문턱에서 매년 감소하고 있다. 청년들은 실업자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중소기업 취업을 꺼리고 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이 온 힘을 다하여 노력을 하는데도 실패하는 중소기업 문제의 본질은 과연 어디에 있는가? 중소기업의 애로를 다루는 기업 호민관을 1년여 역임하면서 느낀 미스터리다.
미스터리인 중소기업 문제의 핵심은 사실 중소기업인들 스스로에게 있다. 중소기업 생태계 형성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지속 가능한 동기 부여에 실패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협상력 강화를 위한 단결된 결집력이 부족하다. 정부와 대기업이 마련해 주는 시혜적 지원에만 의지해서는 전시적인 일과성 정책으로 흐르게 된다.
정부 부문부터 살펴보자. 대기업의 이익을 위하여 노력을 하면, 대기업은 기억한다. 주요 부처의 고위 공무원들이 퇴임 후를 생각하여 대기업에 정면으로 맞서는 역할을 꺼리게 되는 이유이다. 반면에 중소기업을 위한 노력을 아무리 하더라도 퇴임 이후를 중소기업계는 보장하지 못한다. 명예를 먹고 사는 공무원들에게 격려는 소중한 동기 부여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인들이 불만은 늘어놓으나, 격려의 편지에는 극히 인색하다. 정책 담당자들이 중소기업을 위한 진정한 노력을 지속하게 만드는 효과적인 동기 부여에 실패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기업인들은 중소기업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는 공무원들에게 적극적인 지지를 행동으로 표명해야 한다. 참여만이 현재의 중소기업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수단이 될 것이다. 이들의 의견을 모을 수 있는 개방과 참여의 공간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언론은 어떠한가? 언론은 아무리 사회적인 공공 역할이 있다고 하더라도, 광고 수입에 기반을 두고 있는 기업임을 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주요 언론 광고는 대기업이 좌지우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기업에 대하여 확실한 쓴 소리를 할 수 있는 언론을 기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금년 7월부터 9월까지의 언론들의 대ㆍ중소기업 문제 제기는 대한민국 언론 역사상 획기적이고 예외적인 사건이라고 보아야 한다. 중소기업들도 언론 광고에 동참하자. 단독이 어려우면 연합 광고도 가능하지 않은가. 단, 언론도 특정 언론에 광고하는 중소기업을 내버려두자. 중소기업 기사 게재에 대하여 적극적인 감사와 비판의견 개진에 많은 중소기업들이 참여한다면 언론의 협조가 진일보할 것이다.
이제 대기업과의 관계를 보자. 대기업을 통하지 않고 단독으로 세계 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대단히 바람직하나, 대단히 성공 확률이 낮은 전략이다. 가장 바람직한 국가 전략은 대기업이 세계 시장을 개척하고, 중소기업이 혁신 기술을 공급하는 동반성장의 선순환 생태계일 것이다. 공정 거래는 대기업의 지속 가능한 혁신을 보장하는 유일한 선택인 것이다.
문제 해결력ㆍ단결력 부족
공정거래는 협상력의 균형이 있어야 한다. 결국 중소기업의 단결이 대안이다. 나만 살면 된다는 중소기업인의 이기심을 대기업이 최대한 활용한 것이 현재의 불공정 갑을문화다. 누구도 감히 나서서 문제를 제기하지 못한다. 제기하더라도 보도되지 않는다. 보도되더라도 정부에서 수용이 되지 않는다. 수용이 되지 않아도 중소기업인들이 단결하여 항의하지 않는다. 이것이 현실이다.
결국 중소기업의 문제는 중소기업인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와 단결력의 부족에서 기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인들이 초래한 문제라고 보아야 하지 않는가!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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