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잇따라 ‘북한 주민의 변화’를 강조하고 있어서 북한의 실상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말레이시아 동포 간담회에서 “통일이 가까이 오고 있다”면서 “북한 주민의 변화는 중대한 변화로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사회통합위원회 보고에서도 “주시해야 할 것은 북한 지도자들의 변화보다 북한 주민들의 변화”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 주민 변화에 따른 북한 정권의 조기 붕괴 또는 체제 개혁’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최근 탈북자나 대북 전문 매체들의 전언에 따르면 TV나 컴퓨터, CD 등을 통해 남한의 패션 트렌드 등 일상적 생활문화가 북한 주민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
탈북자단체 ‘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지난 10일 ‘북한판 한류 열풍, 무엇이 그들을 변하게 했는가’라는 주제로 주최한 세미나에서 공개된 탈북자 증언 동영상은 북한 사회의 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양강도 혜산시에 살다가 지난해 3월 탈북했다는 김은호(가명)씨는 동영상에서 “황해남도 연안에서는 남한의 공중파 방송을 쉽게 시청할 수 있는데, 그쪽 사람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연설도 생중계로 봤다고 한다”면서 “북한 주민의 99%는 한국 드라마를 적어도 한두 번씩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은 최근 개성공단에서 만들어진 남한 기업 제품이 북한의 장마당에서 팔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 주민들이 서서히 달라지는 것을 감지할 수 있지만 이를 곧바로 북한정권 붕괴와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라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11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 대통령의 ‘북한 주민 변화’ 발언에 대해 “대통령님, 북한 변화를 붕괴 등의 방향으로 해석하시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 사회의 몇 가지 징후를 놓고 전체적인 북한 주민들의 변화로 해석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며 “북한 체제의 특성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에서는 권력이 주민을 누르는 장치가 아주 센 만큼 주민들의 변화가 아직 체제 붕괴를 가져올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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