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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겨울나무와 함께 서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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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겨울나무와 함께 서보라

입력
2010.12.12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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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은, 추워서 웅크려지는 날은 겨울나무와 함께 굽은 어깨를 쫙 펴고 서보라. 열매며 잎 모두 떨어뜨리고 빈 손 빈 몸으로 굳건하게 서서 북풍한설 속에 홀로 서 있는 겨울나무와 함께 어깨동무하며 서보라. 윙- 윙- 추운 바람이 쉬지 않고 때리며 할퀴며 지나가도 나무는, 겨울나무는 엄숙한 자세로 서있을 뿐 사람처럼 춥다고 투정하지 않는다.

사람처럼 외롭다고 징징거리지 않는다. 텅 빈 들판에 외로이 서 있어도, 비탈진 언덕에 힘들게 서 있어도 겨울나무는 언제나 당당하다. 구도자의 모습으로, 사제(司祭)의 모습으로, 추운 이 땅의 겨울 속에 직립으로 서있는 겨울나무는 그 자체가 엄숙한 기도문 같다. 저 한결같은 침묵의 기도 앞에 누군들 무릎 꿇지 않겠는가.

어느 시인인들 경배하지 않겠는가. 구름 한 점 없는 청청(靑靑) 푸른 겨울하늘 아래, 새 한 마리 날지 않는 영하의 날씨 속에 나무는 알고 있다. 세상 어떤 추위도 참고 기다리면 지나가는 한 순간이라는 것을. 내일을 기다릴 줄 모르는 것들만이 오늘 춥다고 울고 있다는 것을.

어쩌면 겨울 추위를 피해 수천만 ㎞를 떼지어 비행하는 후조들도 제자리에 붙박여 있는 한 그루 키 작은 겨울나무보다 나약한 존재인지도 모른다. 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이원수 선생님의 동요 '겨울나무'를 휘파람으로 불며 은현리 미루나무와 함께 서있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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