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예산안 강행 처리 파동이 확산되는 가운데 "누가 실무적으로 예산안 부실 심사에 책임이 있느냐"는 물음이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 고흥길 정책위의장이 12일 책임을 지고 의장직에서 사퇴했지만 정부와의 막판 예산안 조율 과정에 참여한 한나라당 인사들을 추가로 문책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우선 예결특위 간사인 이종구 의원의 역할에 시선이 집중된다. 안 대표측으로부터 예산 증액 사업 리스트를 받은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템플스테이 관련 예산 증액안은 나에게 전달되지 않았다"면서 "나머지 사항들은 정부측에 강하게 요구했지만 정부는 곤란하다고 말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종구 의원은 이 같은 진행 상황을 이주영 예결특위 위원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감액 심사로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 보고할 만한 여유가 없었다"며 "당시 고흥길 정책위의장으로부터도 예산과 관련해 별다른 지시를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고 전 정책위의장은 정책위 실무진과 템플스테이 관련 예산 등을 직접 검토했지만 최종 예산안에는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예결위 관계자들은 "이주영 위원장은 중점 예산 누락 과정을 제대로 알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간사인 이 의원이 보고하지 않은데다 안 대표측도 이 위원장에게 별다른 지시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의 다른 관계자는 "이 위원장이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이 위원장은 당의 입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데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계수조정소위 위원인 권성동 김광림 서상기 신상진 여상규 이종혁 의원 등이 모두 도의적으로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특히 기획재정부 차관을 지내고 3년째 계수조정소위에 참여한 김광림 의원이 부실 심사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있다. 당의 정책 관계자는 "김 의원은 예산총괄과장 등을 지낸 예산 전문가"라며 "전문성을 지닌 김 의원이 당의 예산 증액 요구에 난색을 표명하는 기획재정부의 입장을 거들어줄 경우 당의 입장을 반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예산 협상은 기본적으로 위원장과 간사의 몫"이라며 책임론을 일축했다. 또 경북 출신 의원들의 추천으로 계수조정소위에 참여한 김 의원이 경북 지역 사업 예산을 챙기는 데 일조했다는 주장도 있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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