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내년도 예산안 강행 처리와 관련해 부실∙ 졸속 예산 심사 논란이 일면서 국회의 정부 예산안 최종 검토 작업의 실상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통상 국회 예결특위 내 계수조정소위원회는 감액 심사 이후 증액 심사를 거쳐 최종 예산안을 확정한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예산안을 강행 처리하기 전날인 7일 밤까지 계수소위는 증액 심사도 착수하지 못했다. 대신 일부 의원들은 계수소위 소속 의원들에게 쪽지를 통해 예산 민원을 전달했고, 이를 바탕으로 기획재정부 예산실 관계자들이 국회 본청 2층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실 주변에 마련된 공간에서 물밑 증액 작업을 진행해 왔다.
문제는 계수조정 논의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나라당의 예산안 강행 처리 방침이 결정되면서 예결위는 예산안 확정 작업을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계수소위 활동이 끝난 7일 밤11시부터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예산안이 통과된 8일 오전11시 사이 한나라당 소속 이주영 예결특위 위원장과 계수소위 간사인 이종구 의원, 기재부 예산실과 국회 예결위 관계자 일부만 참석한 ‘밀실 회의’에서 증액을 포함한 예산안 최종 검토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구 의원은 “비공개로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여야 입장을 반영해 증액안을 검토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관계자도 “본회의까지 시간적으로 촉박했기 때문에 최종 증감 내용에 대해선 당사자 외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300조원에 달하는 방대한 국가예산을 제한된 시간에 소수의 인원만으로 비공개로 검토하다 보니 당이 챙겨야 할 주요 예산에 대한 교차 검토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얘기로 풀이될 수 있다.
이후 한나라당과 기재부가 확정한 예산안 증감액을 서둘러 컴퓨터에 입력하는 과정에서도 안상수 대표가 약속한 템플스테이 예산 증액 등이 누락된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회 예산 심사와 한나라당의 예산안 강행 처리의 촉박한 상황에서도 신규 증액된 예산은 3,500억원에 달했다. 이 중에는 방위사업청의 서해5도 전력보강 예산(341억6,800만원)과 행정안전부의 서해5도 종합발전지원예산(420억원) 보건복지부의 경로당 난방비 지원 예산(218억원) 등 여야가 상임위 예비심사 과정에서 합의한 예산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여야 합의를 거친 부분을 뺀 2,520억원은 예결위 계수소위의 증액 심사를 거치지 않고 한나라당이 예산안을 강행 처리하는 과정에서 편성된 예산인 셈이다. 정치권에선 이를 두고 최종 검토 작업 과정에서 ‘끼워 넣은’ 지역구 민원 예산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국토해양부와 보건복지부, 농림수산식품부, 환경노동부의 신규예산 대부분은 전국 단위의 정책사업이 아닌 특정지역의 사회간접자본(SOC)를 위한 예산이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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