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 구제역이 농장주와 수의사, 방역 당국이 설마하며 초기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해 발생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시와 지역 농민 등에 따르면 구제역 최초 발생지인 와룡면 서현리 농장에서 구제역이 신고된 것은 23일. 그동안 시가 밝혀 온 26일보다 3일이나 앞서며 그 사이에 3번 정도 대책을 마련할 기회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돼지 농장주 양모씨는 23일 대전 수의사에게 신고했으나 수의사는 “구제역 증상이 의심되지만 확실치 않으니 큰 곳에 알아보라”며 농장주에게 사후조치를 미뤘다. 양씨는 하루 뒤인 24일 시에 신고했으나 가축위생시험소는 간이검사에서 음성으로 나오자 그냥 방치했다.
이어 25일 베트남 여행을 다녀온 권모씨 등의 농장에서도 의심신고가 접수됐지만 시험소는 권씨 농장과 양씨 농장 2차 간이검사에서도 음성 반응을 보이자 미적거리다가 28일에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정밀검사를 의뢰했다.
이에 대해 시는 24일 첫 신고 접수는 시인했으나 대장에 빠뜨린 이유는 답변을 못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과거 경기 포천군 구체역 때 초기 간이검사 음성 판정만 믿고 방역을 하지 않아 피해가 커진 뒤 간이검사 결과와 관계없이 정밀검사를 의뢰하도록 하고 있다.
한편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경북 영주시 적서동 한우농가 1곳에서 11일 또 구제역 발생이 확인돼 해당 농장과 이를 중심으로 반경 500m 이내 농가 4곳도 예방적 살처분을 실시했다. 이곳은 지난주 예방적 살처분 한 농장에서 북서쪽으로 9㎞ 가량 떨어진 곳이다. 살처분 농장에서 사후 확인된 구제역을 제외한 구제역 건수는 모두 32건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안동 구제역으로 살처분된 대상 가축은 587개 농가의 14만4,763두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2002년(16만두) 수준에 근접했다.
방역 당국 관계자는 “구제역 바이러스 잠복기가 2주일인데 이번 주말이 첫 구제역 발생 이후 2주일이 된다”며 “추가로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구제역은 종식단계로 접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동=권정식기자 kwonjs@hk.co.kr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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