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미 국무부의 비밀외교전문을 폭로한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39)를 처벌하기 위해 새로운 법까지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스페인 등 세계 곳곳에서 어산지 지지 시위가 열리고, 워싱턴포스트(WP)도 ‘어산지를 기소하지 말라’는 사설을 싣는 등 어산지 지지진영도 확대되고 있다.
12일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미 공화당 피터 킹 하원의원이 최근 발의한 ‘정보원 보호와 전파에 대한 법률(SHIELD)’은 군과 정보기관의 정보원 이름을 게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조 리버만, 스콧 브라운 등 상원의원 3명도 비슷한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내년 초 의회에서 본격 논의될 예정이다. 킹 의원은 내년 1월 공화당이 하원 과반을 차지하는 새 의회가 꾸려지면 하원 정보위원장을 맡을 것이 유력하다.
이 법안이 통과하면 위키리크스는 누가 한 말인지를 모두 지우고 외교전문을 게재해야 하는데, 그 경우 내용의 신빙성 판단이 어려워진다. 언론사들도 같은 보도제약을 받는다. 위키리크스는 국가 정상이나 장관 등 주요 인물이 전한 말은 신원을 가리지 않고 그대로 게재해 왔으며, 법이 통과되면 그런 경우가 한 건만 생겨도 어산지를 기소할 수 있다.
인디펜던트는 “미국은 1970년대 ‘펜타곤 페이퍼’사건 때 이를 보도한 뉴욕타임스(NYT)를 간첩법으로 기소하려다 실패한 적이 있다”며 “이번에는 의회에서건, 정부에서건 다른 도구(법률)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NYT에 이어 WP도 정부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WP는 11일자 사설에서 “위키가 무책임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죄가 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밀을 지킬 필요가 없는 사람(민간인)을 기소할 수는 없으며, 기밀을 넘겨준 미군 일병을 체포하고 처벌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또 “정부가 할 일은 공무원들에게 보다 확실한 기밀준수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론 폴 하원의원도 9일 본회의 발언을 통해 “왜 모든 적대감이 어산지에게만 향하고, 기밀 보호에 실패한 정부로는 향하지 않느냐”며 “우리에게 거짓말을 해 전쟁으로 몰고 가는 것이 더 많은 인명피해를 불러 일으키느냐, 위키리크스의 폭로나 국방부 문건의 공개가 더 많은 인명피해를 초래하느냐”고 추궁했다.
11일 어산지측 변호사는 영국 런던 완즈워스 교도소에 수감 중인 어산지가 안전문제로 독방으로 이감됐고 밝혔다. 스페인 마드리드 등 세계 6개국에서는 어산지 체포를 비난하는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최근 며칠간 정점에 달한 어산지 지지 해커들의 사이버 공격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렸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위키리크스발(發) 글로벌 사이버 전쟁이 시작됐다”고 보도했지만, AFP통신은 전문가들 말을 인용 “짖기만 할 뿐, 물지는 못했다”며 사이버 전쟁이라고 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서버 접속을 어렵게 하는 일시적인 공격일 뿐, 자료 해킹 등 실질적인 타격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터키와 멕시코의 정상에게 전화를 걸어 외교전문 공개에 유감의 뜻을 표했다고 11일 백악관이 밝혔다.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위키리크스의 개탄스러운 행위에 대해 유감을 나타냈으며, 이번 파문이 협력관계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최근 외교전문에 터키 총리의 비자금 의혹과 멕시코의 영토 상실 가능성 등 민감한 내용이 공개돼 당사국들을 당황케 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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