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루 로스 소킨 지음ㆍ노 다니엘 옮김
한울 발행ㆍ832쪽ㆍ3만6,000원
2008년 9월 13일 토요일 아침. 미국에서 3번째로 큰 은행 JP 모건 체이스의 CEO 제이미 다이먼은 경영진 20여명을 호출해 전화회의를 시작했다. "지금부터 미국의 금융 역사상 가장 믿기 어려운 한 주를 경험할 거야.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는 말이지."다이먼은 이어 폭탄발언을 던졌다. "잘 들어. 즉시 리먼브러더스 파산 신청에 대비한 작업에 들어가야 해." "메릴린치도 마찬가지야." "그리고 AIG 도산." "마지막으로 골드만삭스의 도산도 고려해야 해."
다이먼의 발언은 전날 저녁 뉴욕연방준비은행에서 월스트리트의 CEO들이 총출동한 가운데 미국의 4번째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를 어떻게 구해낼 것인가, 그것이 안될 경우 초래될 시장의 연쇄 붕괴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논의한 비상회의에 뒤이어 나온 것이었다.
다이먼의 경고는 그대로 현실로 나타났다. 이틀 후인 월요일부터 미국의 금융시스템은 연쇄 붕괴해 대공황을 방불케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뉴욕타임스 금융분야 기자 앤드루 로스 소킨이 쓴 <대마불사> 는 2008년 3월 미국의 5번째 투자은행 베어스턴스가 JP 모건 체이스에 매각돼 사라지면서 금융위기의 전조가 된 것으로부터 시작,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벌어진 월스트리트의 붕괴 사태를 이에 관련된 200여명의 인물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당시 월스트리트의 금융회사들과 미 재무부, 백악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로펌 등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그 내막과 주요 인물들의 면모를 생생하게 전한다. 대마불사>
9월 15일 리먼의 파산 신청 이후 시장의 붕괴가 가속화되던 18일, 백악관.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금융시스템이 붕괴하고 있다고 말했다. "각하, 우리가 과감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대공황 때보다 더 심각한 공황 상태에 빠질 우려가 있습니다." 벤 버냉키 FRB의장도 동의했다.
부시는 사태가 악화되어온 과정을 알고 싶어 했다. "도대체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요?" 폴슨은 이 질문을 무시했다. 대답하자면 너무 길고 끝도 없이 이야기를 늘어놓아야 했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악성 자산을 사들일 수 있는 예산 5,000억 달러를 의회에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은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으나 5,000억 달러라는 금액이 납득이 안 되는지 폴슨에게 물었다. "그걸로 충분할까?"
한국산업은행이 리먼브러더스를 인수하지 못한 이유, 일본의 미쓰비시UFJ금융그룹이 제2의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지분 21%를 인수하면서 사상 최대금액인 90억 달러짜리 수표를 만들어 직접 들고 간 이야기 등등 흥미로운 사실들이 마치 소설처럼 펼쳐진다. 세계를 뒤흔든 미국발 금융위기의 전말이 아주 상세하게 기술돼 있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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