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내년도 예산안을 강행 처리하는 과정에서 템플 스테이 지원액을 대폭 삭감해 불교계의 거센 반발을 자초했다. 예산과 연계된 세법 개정안 중 이슬람채권에 혜택을 주는 법안이 무산된 것도 종교적 이유가 작용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회 전체가 종교편향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부실 심의와 날치기 난장판 속에 정치 실세들의 지역구 예산을 챙겨주면서 정작 반영해야 할 항목은 빼먹었다고 비난 받는 판에 악재가 겹친 꼴이다.
템플 스테이는 월드컵이 열렸던 2002년부터 정부가 외국 관광객 유치를 위한 전략적 관광상품으로 선정해 예산지원을 해온 사업이다. 여야 정치권이 개신교 단체의 거센 반발에도 내년도 예산을 올해의 185억원 수준에서 지원하기로 약속했던 것도 문화체험과 관광상품으로서 템플 스테이의 가치를 인정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예산안 강행 처리과정에서 60억여원이나 깎인 채 통과됐으니 불교계가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조계종 총무원은 "국가 요청으로 시작한 사업이 장로 대통령 취임 3년 만에 파국에 이르렀다"는 비난 성명을 냈다. 주요 사찰에 이명박 정부 관계자와 한나라당 의원 출입을 금지하자는 얘기까지 나왔다.
이슬람 채권에 세금 혜택을 부여하는 '이슬람채권(수쿠크) 과세특례조치' 무산도 종교적 편향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중동 국가들의 풍부한 오일 머니를 유치하기 위해 다른 외화채권처럼 세제 혜택을 주자는 취지가 거부된 것은 이슬람에 대한 종교적 거부감 때문이라는 것이다. 법률이 아니라 시행령이나 예규로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도 있지만, 종교적 거부감과 기독교계를 의식해 국가이익을 버렸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회는 각계각층의 요구와 이해를 조정해 사회 갈등을 완화하고 국민 통합에 앞장서야 할 곳이다. 그런 국회가 종교 편향과 갈등을 조장한다면 큰 문제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우리 사회에 종교갈등을 부추기는 움직임이 적지 않아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정치권은 이번 국회의 예산 처리에 왜 국민들의 비난과 질책이 쏟아지고 있는지 겸허하게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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