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 수뇌부가 긴급 회동을 가진 뒤 한나라당 고흥길 정책위의장이 12일 새해 예산안 부실 심사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등 여당의 예산안 단독 강행 처리에 따른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여당이 막판에 이상득 의원과 관련된 '형님 예산' 등 실세 정치인들의 지역구 사업 예산은 챙기면서도 민생 및 당 공약 사업 관련 예산을 일부 누락시킨 것에 대해 당 안팎의 비판론이 확산되고 있어서 문책 범위 확대 여부가 주목된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 김무성 원내대표, 고흥길 정책위의장, 원희룡 사무총장과 임태희 대통령실장 등 당정청 수뇌부는 11일 저녁 서울 시내 모처에서 예산안 파동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당정청 수뇌부는 이날 회동에서 "예산안 단독 처리 이후 당의 중점 사업 예산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반면에 실세들이 예산을 챙겼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민심이 크게 악화됐다"고 우려하면서 민심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고 정책위의장은 사의를 밝혔고, 참석자들은 논의를 통해 고 의장 사퇴로 가닥을 잡았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당정청 수뇌부 긴급 회동의 분위기가 매우 심각했다"며 "예산안 처리와 관련된 정책ㆍ예산 관계자 일괄 사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은 국회 예결특위 이주영 위원장과 예결위 간사인 이종구 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의 국회직 및 당직 사퇴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안상수 대표는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해명할 것으로 전해졌다.
고 정책위의장은 1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새해 예산과 관련된 모든 책임은 정책위의장인 저에게 있으며 직책을 온전히 수행하지 못해 의장직에서 사퇴한다"면서 "템플스테이 지원 예산 등 꼭 반영해야 할 예산들이 빠진 것은 이유를 불문하고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마땅히 가책을 받을 일"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고 의장 사퇴를 '꼬리 자르기'라고 비판하면서 예산안 강행 처리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박희태 국회의장의 사퇴 등을 요구했다. 민주당은 14일부터 16개 시ㆍ도를 돌며 여당의 예산안 강행 처리를 비난하고 예산 무효화를 주장하는 결의대회를 갖고 서명운동을 벌일 예정이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이날 농성장인 서울광장 연설에서 "날치기 예산으로 영ㆍ유아 보육비 등이 날아갔다"고 비난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민주당은 예산과 날치기 법안 무효화, 4대강 반대를 위해 총단결해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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