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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12월 10일] 미국에 막힌 한국 자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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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12월 10일] 미국에 막힌 한국 자위권

입력
2010.12.0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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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연평도 포격 당시 공군 전투기로 북 해안포기지를 공격하는 것이 가능했냐는 것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이 문제는 이번 사태 직후부터 쟁점이 돼 오더니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연평도 포격 때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전투기에 공격명령을 내렸어야 했다"고 하면서 논쟁이 더 확산됐다.

김 장관이 북한 폭격이 가능했다고 든 근거는 자위권이다. 자위권은 '회원국에 대해 무력 공격이 발생한 경우 개별적, 집단적 자위의 고유한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유엔헌장 51조상 권한이다. 연평도 포격은 군인과 민간인을 무차별 살상한 무력 공격에 해당하기 때문에 자위권 행사의 충분한 요건이 된다는 것이 김 장관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진보 세력은 교전규칙 때문에 북한 폭격이 불가능했다는 입장이다. 교전규칙에는 같은 종류의 무기로 같은 양만큼만 반격할 수 있게 하는 비례성의 원칙이 있어 포격에 대한 대응은 포격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진보 세력은 한미연합권한위임사항(CODA)도 자위권 행사의 걸림돌이었다고 한다. CODA는 1994년 한국군이 평시작전통제권을 넘겨받으면서 한미연합사령부의 권한으로 남겨 놓은 사항을 규정한 것인데 정확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투기 폭격은 미군 쪽 권한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양측 주장 중 어느 쪽이 옳은 것일까. 무척 복잡한 것 같지만 자위권의 성격을 보면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다 아는 대로 자위권은 한 국가의 기본 권리다. 한반도에서 전쟁이나 전투가 일어났을 때 한국과 미국의 대응 원칙을 특수하게 규제하는 교전규칙이나 CODA에 비해 상위 규정이다. 가령 헌법과 법률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따라서 양자가 어긋나면 당연히 상위법의 권한인 자위권이 우선돼야 한다. 김 장관도 바로 이를 바탕으로 자위권 우선론을 역설했는데 지극히 옳은 담론이다.

그런데 이 같은 자위권 우선론으로 보면 이번 사태 초기 대응은 정말 엉망이었다. 한국일보가 취재한 내용에 따르면 한국은 연평도 포격 직후 북한 폭격을 검토하다 미국의 요구로 포기했다. 당시 합참은 한미연합사에 북한 폭격이 가능한지 물었고, 연합사는 3시간 30분 동안의 회의를 거쳐 부정적 결론을 내렸다. 이어 유엔군사령부가 30분간 교전규칙 저촉 여부에 대해 논의해 역시 같은 입장을 밝혔다. 그리곤 북한 폭격은 이뤄지지 않았다.

자위권이 교전수칙이나 CODA보다 우선인데도 그런 입론을 통해 미국을 설득하지 못하고 그냥 굴복한 것이다. 자위권의 권위를 스스로 추락시켜 버린 셈이다. 이렇게 되고 보니 8일 나온 자위권 보장 약속을 미국이 제대로 지킬지, 한국이 자위권을 확립해 나갈 수 있을지도 확신할 수 없게 됐다.

한국의 국가 지도자와 군을 보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자기 나라의 국방 자주권을 온전히 행사하겠다는 의지가 도대체 보이지 않는다. 미국 말이면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들어 주면서도 부끄러운 기색이 없다.

미국도 좀 변해야 한다. 한국은 미국의 이해에 직결되는 중요한 지역인 것은 맞지만 지금처럼 자위권까지 제대로 행사할 수 없는 한심한 나라로 만들어서는 곤란하다. 한국의 숨통을 틔어 주지 않으면 반미 감정 때문에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할 수도 있다.

이은호 정책사회부장 leeeun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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