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9일 평양에서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전격 회담을 갖자, 연평도 포격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북중간의 고위회담 내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다이 국무위원은 지난달 서울을 긴급 방문해 28일 이명박 대통령을 만난 이후 연쇄적으로 김 위원장을 만났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의 의중을 간접적으로 김 위원장에게 전달했을지 여부도 관심을 모은다.
중국 신화통신은 "솔직하고 심도 있는 대화 끝에 합의에 도달했다"고 보도했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합의가 이뤄졌는지 통신은 밝히지 않았다. 북한 중앙통신도 북중 양국이 친선 협조관계를 더욱 공고히 발전시킬 것과 상호 관심사인 일련의 문제들에 대해 담화를 했다고 전했지만 역시 구체적 논의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베이징의 외교소식통은 "다이 위원이 김 위원장으로부터 북한측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와 연평도 포격사건 등에 대한 입장을 들었을 것"이라며 "다이 위원은 또 강석주 부총리와의 회담에서 최근 한미, 미일 합동군사훈련이 잇따라 열리는 등 한반도와 동북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시하고 북측에 추가적 상황악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다이 국무위원은 8일 먼저 강석주 북한 내각 부총리와 회담을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는 보다 직설적으로 북한을 압박했을 가능성이 있다. 즉 김 위원장에게는 우호와 친선을 전하는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메시지를 전하는데 주력하고 강 부총리에게는 최근 북한의 잇단 도발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 훼손되고 중국도 안보위협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를 강조하는 '투 트랙' 전략을 택했을 가능성이 높다.
연평도 포격 이후 김 위원장의 잇따른 지방방문을 핑계로 미뤄져 온 북중 고위급 회담이 성사됐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베이징(北京) 외교가에 우세하다.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다이 위원의 방북이 그 동안 북한의 거부로 성사되지 않고 있다는 추측이 나왔던 만큼 이번 회담은 북한이 중국의 중재 노력을 의미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중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 특별대표가 회담에 배석했기 때문에 중국이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해 북한측에 모종의 제안을 했을 가능성이 높고, 특히 중국측은 이를 위해서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우선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을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다이 위원의 방북은 상징적인 의미일 뿐 한미 양국이 요구하는 북한의 태도변화를 실질적으로 이끌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한반도 전문가인 한 중국 소식통은 "북중은 올해 들어 2차례에 걸쳐 정상회담을 했지만 북핵 문제와 천안함 침몰에 이어 연평도 포격 등에서 보듯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둔 것이 하나도 없다"며 "다이 위원이 김 위원장에게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변화를 이끌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