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8일 새해 예산안을 강행 처리하는 과정에서 불교계의 템플스테이 지원 예산을 대폭 삭감하자 불교계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개신교 단체들이 그동안 정부의 템플스테이 예산 지원을 문제삼아 왔다는 점에서 종교 편향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은 9일 성명을 내고 “정부 여당이 불교계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 템플스테이 예산을 종교 편향적 입장을 가지고 삭감한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의원들의 사찰 출입 거부, 4대강 사업 반대 등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템플스테이 사업은 월드컵이 열린 2002년 정부가 외국인 관광객 유치 차원에서 지원하기 시작해 매년 예산이 꾸준히 늘었으나 개신교 단체들은 특정 종교에 대한 특혜라며 지원 철회를 주장해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내년 지원액을 올해(185억원)보다 대폭 삭감한 109억원으로 국회에 제출했으나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는 여야 합의로 불교계 요구안인 185억원으로 조정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8일 단독 개최한 국회 예결특위에서 이를 다시 122억5,000만원으로 삭감, 본회의에서 처리했다.
조계종 총무원은 성명에서 “국가 요청으로 시작한 사업이 기독교 장로 대통령이 취임한 3년 만에 파국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총무원은 입장 표명을 보류해왔던 4대강 사업에 대해서도 “화쟁위를 구성해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해온 불교계의 충정이 무참히 짓밟혔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총무원은 또 “정부는 필요할 땐 공익을 내세워 아무런 보상 없이 불교 재산을 규제해왔는데, 이제 더 이상 이를 감수할 이유가 없다”며 전통사찰보존법을 폐지하고 사찰 경내지와 사찰림을 공원에서 해제할 것을 촉구하는 등 각종 규제 철폐도 요구했다.
총무원은 이날 민족문화수호위원회를 구성한 데 이어 17일 조계종 원로회의, 전국 교구본사 주지회의, 중앙종회 의장단ㆍ분과위원장 연석회의를 잇따라 열어 템플스테이 예산 삭감과 종교 편향 문제에 대한 전체 스님들의 뜻을 모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전 임태희 대통령 비서실장과 국회 문방위원장인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 조창희 문화체육관광부 종무실장 등이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만나기 위해 총무원 청사를 방문했으나 만나지 못하고 돌아갔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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