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유난히 '100'이라는 숫자를 좋아하는 것 같다. 100시간 농성 혹은 100일 대장정 등 주요 정치적 계기에 그는 100이 들어간 공세 카드를 자주 집어 들었다.
한나라당이 내년 예산안을 강행 처리하자 손 대표는 9일부터 서울광장에서 100시간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그는 지난달에도 '청와대 민간인 불법 사찰 대포폰 의혹'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수사를 요구하며 100시간 농성을 벌인 바 있다. 손 대표는 또 경기지사 임기를 마치고 대선 도전을 준비하던 2006년에는 '100일 민심 대장정'에 나서기도 했었다.
그렇다면 그는 이번엔 왜 100시간 농성 카드를 꺼내 들었을까.
우선 14일부터 시작되는 민주당의 전국 순회 장외집회 일정에 맞춰 내부적으로 투쟁 동력을 한껏 끌어올리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 같다. 당 대표가 직접 추운 겨울 거리에서 농성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당 내부에서부터 투쟁심을 고취시키고 이를 장외집회로까지 연결시킨다는 계획이다.
100시간으로 종결 시점을 명확히 하면 무기한 투쟁과 달리 공세 수위 조절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고 민주당측은 설명했다. 한 관계자는 10일 "지난달 100시간 농성 때도 여권의 반응과 상황 변화를 지켜본 뒤 다음 카드를 유연하게 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물론 100시간 농성이 마땅한 투쟁 수단을 찾지 못한 손 대표측 고민의 산물이라는 시각도 있다. 100시간 농성 이후 다음 카드 역시 마땅치 않은 게 사실이다. 자연 내년 초까지 이어질 장외투쟁을 위한 동력이 충분히 확보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자칫 무의미한 100시간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손 대표의 한 핵심 측근은 "이번 100시간 농성은 민주대장정의 시작으로, 향후 전국을 돌며 정부 비판 여론을 확산시켜 정권교체의 동력을 얻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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