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의 용접 기술이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쇠와 쇠를 이어 붙이는 단순 공정으로만 인식됐던 용접 작업이 디지털과 광통신 등 신기술의 힘을 얻어 갈수록 첨단화하고 있는 것.
STX조선해양은 8일 광통신을 용접장비에 적용한 광통신 디지털 용접시스템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광통신 기술은 두께 1㎜ 미만의 광섬유를 통해 빛 신호로 정보를 교환해 수백㎞까지 통신이 가능하도록 한 기술을 말한다. 기존에는 작업자가 무게가 50㎏에 달하는 10개의 케이블을 들고 이곳 저곳 돌아다니면서 용접을 해야 했다. 하지만 새 용접 시스템은 케이블 수를 2개로 대폭 줄었고 무게도 10㎏ 감소했다는 게 STX조선의 설명이다. 또 일종의 리모콘 역할을 하는 와이어 자동송급기가 추가돼 작업자가 먼거리에 있는 용접기 본체까지 가지 않고도 전류와 전압, 가스량 등을 디스플레이 화면을 통해 확인, 조정할 수 있게 됐다.
현대중공업도 최근 디지털 용접시스템(왼쪽 사진)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디지털 통신방식과 제어회로를 활용해 생산성과 용접 품질을 대폭 높인 제품이다. 작업자가 용접 장비의 LCD 화면을 통해 실시간으로 용접 전압과 전류량 등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이 때문에 초보 용접사도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제작할 수 있고 시스템 내부에 고장이 발생할 경우에도 이를 손쉽게 알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자동용접로봇 '단디'(오른쪽 사진)를 자체 기술로 개발해 운용하고 있다. 사람이 작업하기 어려운 좁은 공간에서 용접작업을 하도록 개발된 이 로봇은 작업이 시작과 종료시점, 용접선, 용접전압과 전류 등을 자동으로 인식할 뿐 아니라 고장을 자가 진단하는 인공 지능까지 갖추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일찌감치 용접로봇'스파이더'를 개발해 LNG선 저장탱크 제조에 투입하고 있다. 생산성이 기존 용접 방식보다 4배나 높고, 1㎞ 용접시 결함이 0.1㎜에 그칠 정도로 용접 품질이 우수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용접 기술 발전이 조선업계에서 유독 두드러지는 것은 그 만큼 조선업계에서 용접의 중요도가 높기 때문이다. 선박제작에 사용되는 철판인 후판(厚板)은 두께가 10~90㎜에 달하는데 배를 한 척 만들기 위해서는 이 후판을 5,000~1만장까지 이어붙여야 한다. 실제 1만3,0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경우 한척에 8,000장의 후판이 사용되며 용접이 필요한 부위를 직선거리로 나열할 경우 204㎞에 달한다. 이 때문에 선박 건조에 사용되는 전체 시간의 30%가 용접 작업에 소요될 정도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용접 시스템을 개선하면 건조기간 단축, 품질 개선, 전기료 절감 등 막대한 부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용접 경쟁력의 강화가 곧 기업 경쟁력의 강화"라고 말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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