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남성에게 겨울은 잔인한 계절이다. 흔히 남성성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오줌발이 전립선비대증으로 인해 겨울이면 유독 더 비실비실해지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02~2009년 진료비 지급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립선비대증 환자가 2002년 21만7,000명에서 2009년 69만7,000명으로 7년 새 3.2배나 늘었다고 밝혔다. 나군호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전립선비대증은 40대 후반부터 늘기 시작해 60, 70대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는데 의료기술의 발달로 전에는 자신이 병을 앓고 있는지 몰랐던 사람까지 환자로 진단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12월에 가장 발병률 높아
전립선비대증은 말 그대로 전립선이 지나치게 커져 오줌을 잘 누지 못하는 질환이다. 기온이 떨어지는 겨울에 월등히 많이 발병한다. 대한전립선학회(회장 이현무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교수)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함께 2004년 1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5년간 전립선 치료실태를 조사한 결과, 월별로는 12월에 가장 많이 발생, 가장 적은 달(2월)보다 1.2배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장은 “12월의 잦은 송년 모임으로 인한 음주와 추운 날씨가 전립선비대증을 악화하기 때문”이라며 “전립선비대증 환자가 과음하거나, 추운 날씨에 장시간 노출되면 급성요폐(요도가 막혀 소변을 볼 수 없는 증세)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기온이 내려가면 방광 근육이 쪼그라들고 전립선 근육이 수축되면서 숨어 있던 전립선비대증이 드러난다. 알코올은 콩팥에서 물의 재흡수를 촉진하고 소변량을 줄이는 바소프레신의 분비를 방해해 화장실을 들락거리게 만든다.
전립선비대증의 증상은 소변 줄기가 가늘어지거나(약뇨), 소변을 자주 보거나(빈뇨), 자는 동안 소변을 보기 위해 한 번 이상 일어나는 증상(야간뇨) 등이 대표적이다. 소변이 갑자기 마려우면서 참기 어려워지거나(요절박), 소변 줄기가 중간에 끊어졌다 나오기(간헐뇨)도 한다. 회음부가 불쾌하고 하복부가 당기며, 발기부전이나 조루증 등 성기능 장애가 생기기도 한다. 이런 증상을 방치했다가는 방광의 소변이 콩팥으로 역류하는 수신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초기에는 간단한 생활요법으로 개선돼
50대가 넘으면 정도 차이가 있을 뿐 소변 줄기가 약해진다. 우리나라에는 200만명이 전립선비대증 환자인 것으로 추정되며, 이 중 치료를 받는 사람은 40만명에 불과하다. 그저 나이 먹으면 으레 따라오는 세월의 흔적쯤으로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방치하면 삶의 질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혈뇨, 신우신염, 방광염, 결석, 허리통증 등의 합병증이 생길 수 있으므로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
초기에는 비교적 간단한 생활요법만으로도 호전시킬 수 있다. 이형래 강동경희대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저녁 7시 이후에는 수분 섭취를 줄여 배뇨량을 줄이는 것이 좋다”며 “커피 녹차 콜라 등 소변량을 늘리는 음료수도 마시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침저녁 따뜻한 물로 20분씩 좌욕하고, 과음을 피하며, 일하는 도중 최소한 1시간마다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전립선비대증을 예방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식이요법이다. 고칼로리 식단을 선호할수록 이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육류 섭취를 줄이고, 탄수화물ㆍ채소ㆍ과일ㆍ생선 등을 많이 먹는 것이 좋다. 토마토ㆍ콩ㆍ마늘 등은 전립선 안의 활성효소를 억제해 비대증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평소 전립선비대증이 의심되면 감기약을 먹을 때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콧물 감기약으로 쓰이는 항히스타민제와 기침약으로 쓰이는 에페드린은 방광 수축을 억제해 배뇨를 막기 때문이다.
전립선비대증은 직장수지(手指)검사, 요도ㆍ방광경검사, 경직장초음파검사, 오줌발검사, 잔뇨측정, 합병증선별검사, 전립선특이항원검사(PSA) 등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진단한다.
전립선비대증이 있으면 대부분 수술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80% 정도는 약으로 치료 가능하다. 치료약으로는 전립선 크기를 줄이는 5-알파 환원효소억제제나 전립선과 방광경부 근육을 부드럽게 해 소변이 잘 나오게 도와주는 알파수용성차단제가 쓰인다. 5-알파 환원효소억제제는 전립선이 큰 사람에게 효과가 있지만 발기부전, 성욕감퇴, 사정장애, 여성형유방증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알파 수용성차단제는 배뇨장애를 개선하는 효과가 크지만 혈압이 떨어져 두통이나 현기증을 일으킬 수 있다.
수술도 성기능에 별 영향없어
급성요폐나 요로감염, 혈뇨, 방광결석 등 합병증이 생겼거나 약물이 잘 듣지 않으면 내시경이나 개복수술로 비대한 전립선 조직을 깎거나 도려낸다. 수술로는 경요도전립선절제술이 가장 흔하고 표준적이다. 요도에 내시경을 넣어 비대한 전립선을 전기 칼로 긁어낸다. 흉터가 남지 않지만 수술 후 3~5일간 입원해야 한다.
최근 고출력 KTP레이저로 전립선비대조직을 기체상태로 태워 없애는 전립선기화술과 홀뮴레이저로 귤 껍질을 까듯이 전립선피막으로부터 비대조직을 추출해내는 홀렙(HOLEP)수술이 많이 쓰인다. 특히 홀렙수술은 재수술이나 부작용이 적어 가장 안전하고 비대조직을 확실히 제거하는 방법이다. 다만 아직까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경요도절제술(30만원 안팎)보다 4배 정도 비싼 120만원 가량의 비용이 드는 것이 단점이다.
전립선 질환을 치료할 때 환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성기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하지만 전립선은 정액 성분의 일부를 만들어 분비하는 기능만 하므로 없어도 성기능에는 별 지장이 없다. 다만 치료 과정에서 성기능 장애가 생길 수 있다. 약물요법은 2%, 경요도전립선수술은 4.5%, 개복전립선적출술은 16% 정도가 발기장애 부작용이 생긴다.
일러스트=김경진기자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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