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ㆍ중소기업 동반성장 대책을 추진 중인 정부와 이를 현장에서 체감하는 건설관련 중소기업 단체가 같은 날 상반된 실태 조사결과를 내놨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현실을 모르고 낯뜨거운 자화자찬 조사결과를 내놓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일 지식경제부와 공정거래위원회, 중소기업청은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대기업 협력업체 및 원자재 수요업체 291개를 대상으로 '동반성장 실태조사'를 실시해 보고했다.
조사결과 대상 기업의 32.8%가 정부의 지난 9월 29일 대책 발표 이후 '대기업의 동반성장에 대한 관심이 증대됐거나 동반성장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응답했다. 보통 이상이라는 답변까지 합하면 83.7%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반면 대기업 종합건설사의 하청으로 건설현장에서 전기, 상ㆍ하수도 등 전문분야를 맡는 전문건설업체들을 대상으로 대한전문건설협회가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는 달랐다. 협회는 최근 16개 시ㆍ도 123개사로 구성된 모니터링단을 통해 조사를 벌였는데, 업체들 대부분이 '대ㆍ중소기업 간 불법, 불공정 관행이 여전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결과 전문건설업체들이 건설공사 대금(기성금)을 지급 받는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32일로 관련 법(종합건설사가 대금을 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 현금 지급)을 지키는 대기업은 여전히 많지 않았다.
특히 대금 결제와 관련해선 정부와 협회의 조사결과가 크게 엇갈렸다. 정부 조사 결과, 34.8%가 현금결제 비중이 증가했다고 응답했고, 27.1%는 어음할인 기간이 단축됐다고 했지만, 전문건설협회 조사에서는 현금 결제가 42%로 절반에 못 미쳤고, 26%는 어음으로 받았다. 아파트 등 대물로 지급받는 경우도 3%나 됐다. 어음으로 대금을 받은 경우에도 평균 120일 이하 만기(37%)가 가장 많았고, 60~90일이 33%, 30일 이하는 11%에 불과했다.
현장에서는 불공정 계약도 여전하다고 생각했다. 전문건설업체들은 대부분 하도급 계약서로 공정위가 만든 표준계약서를 사용한다(71%)고 응답했지만, 대기업이 변경한 계약서(19%)나 임의 계약서(8%)를 작성하며 부당ㆍ불공정 거래를 강요 받는 경우도 여전히 줄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정부는 서면계약 비율이 9월 말 53.2%에서 66.5%로 증가했고, 종전 부당 기술자료 요구를 받았던 기업 가운데 43.8%가 9월 말 이후 대기업의 불공정 요구가 감소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현장에서는 아직 피부로 느끼는 것이 거의 없다"며 "대기업과 내년도 단가 협상이 내년 초까지 이어지는데 아직 동반성장 대책 성과를 얘기하기에는 좀 이른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열린 회의에서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들은 공공부문 동반성장 추진 대책을 내놓았다. 정부는 공공 부문에서 중소기업제품 구매를 올해 77조원에서 2012년 100조원으로 확대하고, 내년 6월부터는 중소기업의 운전자금 지원을 위한 공공구매론에 신ㆍ기보 보증을 도입키로 했다.
또 현행 건설공사에서 시행하는 하도급대금 직불제 및 대금지급 확인제도를 공공 부문의 서비스 발주사업 등에도 확대 도입키로 했다. 특히 공공기관의 동반성장 평가 결과를 매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키로 하고, 연내 평가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다.
강희경기자 k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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