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의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8일 북한의 국지도발 대비계획을 우선적으로 보완하기로 합의한 것은 연평도 포격 등 새로운 유형의 위협을 근절하기 위해 한미 동맹의 군사적 대응 체계를 바꾸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그간 양국의 군사 대비계획은 정규전을 위주로 짜여 있어 천안함 사태, 연평도 포격 등 계속되는 북한의 국지도발을 소홀히 다루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작전계획5027은 북한과의 전면전을 가정한 시나리오이고, 작전계획5029는 북한의 급변사태를 겨냥한 것이다. 한민구 합참의장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연평도 포격 같이 우리의 상상을 뛰어 넘는 도발을 자행하기 때문에 군이 (북한의 의도를) 더욱 정밀하게 분석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대비계획을 보완하면서 “한국군이 주도하고 미군이 지원한다”고 못박아 국지도발에 대한 미군의 군사적 개입을 기정사실화했다. 한국이 이미 평시작전통제권을 넘겨받았지만 앞으로는 평시든, 전시든 상관없이 북한의 위협에 따라 미국이 적극 관여하겠다는 것이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북한의 국지도발은 한국군 주도로 대응해 왔는데 미군이 개입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고무적”이라며 “한미 양국이 연평도가 공격당하는 국지도발에서도 서울이 공격당하는 전면전과 같은 차원에서 응징한다는 점에서 대북 억지력의 수준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군 당국은 북한이 전면전을 감행할 가능성은 낮지만 대량살상무기(WMD) 특수작전부대 장사정포 등 비대칭 전력을 중심으로 다양한 도발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날 양국 합참의장 간 회동에서도 북한의 비대칭 전력에 대한 평가와 함께 이런 전력을 이용한 국지도발 양상을 공동으로 평가하고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마이클 멀린 미 합참의장은 “북한의 도발을 억제할 수 있는 다양한 계획과 방안을 논의했다”며 “억지력을 유지하면서 전면전이 발생하지 않도록 북한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미국이 대비계획 보완과 실행에 관여하면 교전규칙 개정 과정에도 자연히 미국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 의장이 이날 “교전규칙은 유엔군사령부 관할이라 미국과 상관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대비계획 교전규칙 모두 북한의 국지도발을 상정하고 있어 상호 운용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멀린 의장의 지휘선상에 있는 월터 샤프 한미연합사령관이 유엔군사령관을 겸하고 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