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덕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감염 매개체로 지목되고 있는 사료 운반차량의 그간 동선이 묘연해 앞으로 영덕 지역을 중심으로 구제역이 다시 확산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특히 가축 이동 통제, 가축시장 폐쇄 등 강도 높은 예방조치가 취해졌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차량과 탑승자의 소독 소홀로 확산한 것이어서 근본적인 대책도 요구된다.
문제는 사람ㆍ차량 이동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영덕 영해면 농가의 사료배달 차량은 구제역으로 경북 전 지역이 떠들썩하던 때에도 주변 농장들을 유유히 드나들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영덕 영해면 농가의 경우 안동 구제역 발생 이후에도 사료 차량이 12월 4일까지 관내 지역을 오갔고 발생 농장과 관련 있는 축산컨설팅 전문가, 왕겨 운반차량이 해당 농장 부근을 방문한 역학적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이 구제역 첫 발생 직후(11월29일) 전국의 가축 이동을 전면 금지하고, 가축 가축시장까지 폐쇄했지만 축산 관련 차량들은 '사료 보급' '컨설팅' '자재공급' 등의 이유로 뚜렷한 방역 대책 없이 움직였다는 것이다. 구제역 바이러스가 육지에서는 공기를 통해 최대 50km까지 전파될 수 있는 체력을 갖췄다고는 하지만 지금까지 모두 사람과 차량의 도움으로 번진 셈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농장을 드나드는 차량 뿐만 아니라 차량 내 탑승자에 대해서도 소독을 의무화 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승 농식품부 2차관은 "이번 국회 처리가 불발된 가축전염병예방법에 이 같은 내용 등을 추가하는 등 내용을 보강해 다시 상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입국신고 강화, 위반시 형사처벌
농식품부는 해외서 유입된 가축질병 바이러스로 인한 국내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남에 따라 국경검역도 한층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정 차관은"올해 약 2만명의 축산농장주들이 해외 여행을 다녀왔지만 이 가운데 1만3,000명만 자발적으로 입국 신고를 했다"며 "축산업 관계자들에게 경각심을 높이는 방향으로 관련 법을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축산농가 농장주 및 그 가족, 수의사들이 해외 방문 뒤 입국시 의무적으로 신고, 소독절차를 거치도록 하되 이를 어기면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기존 법안에서는 농장주에만 소독의무가 있었고 이를 위반해도 과태료가 처분의 전부였다.
또 정부는 구제역 발생 초기에 살처분 가축의 매몰지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초기 대처가 늦어지는 점을 감안, 구제역과 관계없이 대표적인 축산지역에는 매몰예정지를 사전에 확보해두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이번 구제역이 초기 대응 실패로 확산했다는 판단아래 살처분을 전문적으로 신속하게 할 수 있는 일종의 '구제역 5분 대기조'를 별도 꾸려 운용하기로 했다.
지자체는 초비상
경북도는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이 예천 영양 영주 봉화 등 북부지역에 이어 영덕 등 6개 시군으로 번지자 방역망 구축에 초비상이 걸렸다. 이들 시군의 살처분 대상 소와 돼지도 10만9,288 마리로, 경북에서만 10만 마리를 넘어서면서 축산업 기반 붕괴 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경북 북부권은 사육 가축이 60만 마리에 이르는 전국 최대의 축산단지다.
축산농민들은 "방역당국이 살처분하는 가축의 보상금을 시가로 지급하더라도 송아지나 새끼 돼지를 입식해 키우려면 몇 년이 걸린다"며 "구제역이 끝나더라도 어떻게 버텨낼 지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고 있다.
한편 경북도는 이날 3,300여 명의 대규모 방제인력과 180여 대의 장비를 투입, 소독과 살처분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날 오전까지 살처분된 가축은 8만8,000여 마리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구제역 확산에 따라 경북지역에 특별교부세 30억원을 추가 지원했다.
대구=전준호기자 jhjun@hk.co.kr
정민승기자 m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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