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경북 문경시 모전동 한국공인중개사사무소. 대구 북구 유통단지 전자관에서 컴퓨터대리점을 경영하는 이정식(49)씨는 문경경찰서 앞 Y아파트 32평형 한 채를 1억8,000만원에 구입한 뒤 혀를 내둘렀다. 그가 북구의 32평형 아파트를 처분하고 손에 쥔 돈은 1억5,000만원. 대구 시내에 있는 집보다 3,000만원이나 비싸 집 판 돈에 저금통장에서 돈까지 뽑아 보태야 했기 때문이다. Y아파트는 2006년 1억700만원에 분양됐으나 차츰 값이 내려 지난해 이맘때는 9,500만원까지 하락했으나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타면서 현재는 1억원 가까이 오른 시세를 보이고 있다.
인근 문경여중 뒤 S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4월 1억5,600만원 안팎에 분양된 32평형은 최근 5,000만원의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있고, 같은 단지 44평형은 프리미엄이 1억원이다.
인구 7만6,000명의 지방 소도시인 문경시의 아파트 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고 있다. 전국 부동산 시장이 맥을 추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나홀로 폭등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1995년 완공된 D아파트의 경우 28평형 아파트가 5,000만원에 분양된 뒤 이 수준에서 꿈쩍도 하지 않다 올해 들어 뛰기 시작, 최근 호가가 1억3,000만원 안팎에 이르고 있다.
아파트 값의 급등 원인에 대한 분석은 다양하다. 국군체육부대를 유치한 데 이어 대회 규모가 아시안게임에 버금간다는 세계군인체육대회 개최까지 사실상 확정하는 등 지역의 장밋빛 미래 때문이라는 평가가 대세다.
여기다 최근 4~5년간 20여개의 크고 작은 기업을 유치했고 유명 대학 연수원도 건립키로 했다. 중부내륙고속도로를 끼고 있는 이곳에서 20분 거리인 안동시에 도청이 2014년 이전하는 것 역시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전후 세대가 산업 일선에서 물러난 뒤 전원 생활지로 이 지역을 선호하는 것도 아파트값 상승에 일조하고 있다. 외환은행과 중국은행 등에서 25년간 은행원 생활을 하다 2년전 귀농한 조성현(54)씨는 “낮엔 오지로 소문난 문경읍 평천리에서 사과농사를 짓다 밤이면 도심 아파트로 귀가한다”며 “밤낮으로 도시와 농촌을 번갈아 생활하는 이웃들이 많다”고 말했다.
1년 전부터 시작된 아파트값 상승세는 20년간 단 한차례도 오른 적이 없는 인근 상주시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2004년 31평형을 9,100만원 정도에 분양한 S아파트의 경우 최근 1년간 오름세 덕분에 현재 1억3,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신동호 문경시 건축과장은 “서울 등 대도시 아파트 값이 폭락해 국가적 골칫거리인 데 반해 이 지역 아파트 값은 두 배로 뛴 경우도 있다”며 “국국체육부대 유치와 세계군인체육대회 개최 등 여러 복합적 변수가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문경=글ㆍ사진 김용태기자 kr88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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