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이 여름방학을 이용해 해외에 체류하며 경험을 쌓는 서머워크 프로그램 (Summer Work/Travel Program)의 취지가 변질된 사례가 늘고 있다. AP 통신은 6일 미국 SWP에 참여하기 위해 브로커를 끼고 J-1(교환연수) 비자를 받은 외국학생들이 열악한 환경에 내던져져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관광ㆍ취업ㆍ영어공부라는 '세마리 토끼'를 잡기는커녕 노예 같은 생활에 신음하고 있었다. AP가 10개주를 다니며 16개국에서 온 70명을 인터뷰한 결과, 레스토랑에서 일하게 해준다고 유인해 스트립바에 취직시키거나 시간당 1달러도 안되는 허드렛일을 소개받는 등 당초 약속한 일자리를 제공받지 못한 경우가 다반사였다. 생활 환경도 열악해 침대가 부족해 번갈아 잠을 자거나 바닥에서 밥을 먹는 것도 감수해야 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머틀 비치에 머물고 있는 루마니아 여학생은 일자리도 구하지 못한 채 방 세 칸짜리 집에서 30명이 생활한다며, "이러려고 그 돈을 다 내고 여기 온 게 아니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인기만점 J-1비자를 통해 미국에 들어오는 학생은 매년 10만명이 넘는다. 악덕 브로커들의 상술에 걸려 신음하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이들은 그동안 들인 비용 때문에 집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그만두겠다고 하거나 불평할 경우 강제추방 협박을 당한 사례도 있었다. 미 이민세관단속국 관계자에 따르면 J-1 비자와 관련해 현재 연방정부가 최소 2건의 인신매매 사건을 조사 중이다.
AP는 기업들이 외국학생들을 고용할 경우 연방세를 감면받아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보다 8%의 비용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는데, 이 때문에 브로커와 짜고 단기 노동력을 공급받는 창구로 SWP를 악용하는 사례도 빈번했다고 전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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