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저 검사' 구속/ 법원, 대가성 인정…무혐의 처리한 중앙지검 문책론

‘그랜저 검사’ 의혹을 재수사 중인 강찬우 특임검사팀은 7일 사건 청탁과 함께 그랜저 승용차와 1,600만여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뢰)로 정모(51ㆍ현 변호사) 전 부장검사를 구속했다.

이날 오후 정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서울중앙지법 김상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법원도 정씨의 혐의에 대한 검찰의 소명을 인정한 셈이어서, 애초 이 사건을 무혐의 처리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대한 문책론이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특임검사팀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해 1월30일 S건설 대표 김모씨한테서 3,400만원 상당의 그랜저를 받았고, 이 시점 전후로 현금과 수표 등 1,600만원을 별도로 받은 혐의다. 검찰은 정씨가 이보다 1년 전쯤인 2008년 초 서울중앙지검 부부장으로 재직하면서 김씨의 고소사건을 맡은 후배 도모 검사에게 “사건을 잘 살펴달라”고 부탁한 사실을 근거로 정씨가 받은 금품을 ‘청탁의 사후 대가’로 판단했다.

앞서 지난해 3월 말 정씨의 그랜저 수수에 대한 고발사건을 담당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당시 부장 오정돈ㆍ현 법무부 감찰담당관)는 올해 7월 “그랜저 구입 후 4개월 만에 정 전 부장이 차값을 변제한 사정 등을 볼 때 단순한 차용관계였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무혐의로 종결했다. 하지만, 10월 국정감사 등에서 ‘봐주기’ 의혹이 집중 제기됐고, 결국 김준규 검찰총장은 특임검사를 임명해 재수사를 지시했다. 특임검사팀은 정씨가 고발된 사실을 알고 난 뒤 차량대금을 돌려줬으며 그랜저 외에 1,600만원을 받은 사실을 추가로 밝혀냈다.

이에 따라 첫 수사팀은 ‘부실수사’ 또는 ‘봐주기 수사’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수사팀은 “정 전 부장은 자신이 고발된 줄 모르고 그랜저 값을 돌려줬다”고 밝히기도 해,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무혐의 처분을 했다는 지적을 받게 됐다. 이와 관련, 노환균 서울중앙지검장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재수사할 이유가 현재로선 없으며, 기소하지 않은 데 대한 책임은 내가 지겠다”고 말한 바 있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