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체포된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39ㆍ사진)가 분노로 들끓고 있는 미국 정부의 손에 넘겨질 것인가. 영국에 머물고 있는 어산지는 일단 영국 경찰의 조사를 받을 예정인데 그의 신병을 놓고 외교전쟁이 벌어질 조짐이다. 이런 와중에 어산지는 미 시사주간지 타임이 진행하고 있는 '올해의 인물' 투표에서 1위로 부상했다.
법정투쟁, 추가 파일폭로 주목
어산지의 변호사 마크 스티븐스은 어산지가 체포되기 앞서 "어산지를 스웨덴에 송환하려 할 경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판사가 체포영장이 유효하다고 판단하면 보석 등 심리를 위한 기일이 정해지고 이후 법정에서 잘못을 가리게 된다. 여기서 적시된 혐의가 유죄로 판단될 경우 어산지의 신병은 스웨덴으로 인도된다. 그러나 어산지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송환여부 결정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어산지는 체포에 대비해 이미 언론과 지지자들에게 비밀번호를 걸어놓은 '최후의심판 파일(doomsday files)'를 넘겼고, 자신이 체포될 경우 암호를 넘겨 미국에 타격을 줄 수 있는 극비문서를 공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실제 또 다른 폭로가 이어질지도 관심거리다. 미군의 관타나모 기지 고문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어산지가 비밀번호를 전달하면 이 파일은 바로 공개되는데 국내 네티즌들도 다수 이 파일을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폭행? 간첩죄? 기밀유출죄?
사실 어산지에게 쓰여진 혐의는 모두 애매하다. 성폭행 혐의에 대해 어산지는 "합의된 관계"라고 주장하고 있고, 피해여성들의 주장도 "어산지가 (자신을 속이고) 삼각연애를 했다"는 취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 스웨덴 검찰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가 수사를 재개한 것을 두고 어산지측은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티븐스 변호사는 어산지가 경찰에 출두한 후 "어산지가 이번 기회에 정당성을 입증해 불명예를 씻기를 원한다"며 "이제 진실과 정의와 법의 심판이 내려질 때가 됐다"고 BBC방송에 밝혔다.
또 어산지에게 기밀을 넘긴 브래들리 매닝(23) 전 미군 일병은 기밀유출죄로 구속됐지만, 외국인이며 자료를 넘겨받은 쪽인 어산지에게는 적용이 어렵다. 미 정부는 간첩죄 혐의도 두고 있지만 입증이 어려울 수 있다. 지금까지 언론ㆍ출판에 간첩죄를 적용한 적은 없으며, 미 판례도 "언론표현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인정한다"는 쪽이다. 어산지의 고국인 호주 정부도 어산지의 법률위반 혐의를 조사하겠다고 밝혔지만 정확히 어떤 법을 위반했는지는 답을 못하고 있다.
고국 호주 구명운동 나설까
어산지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는 성폭행 혐의로 스웨덴으로 송환된 뒤, 간첩죄 적용을 받고 미국으로 다시 송환되는 것이다. AP통신에 따르면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광은 어산지 체포 소식을 기뻐하며 환영했다.
송환이 실제 전개된다면 호주가 구명운동에 나설 것인지가 관심거리다.
앞서 로버트 매클랜드 호주 법무부장관은 "어산지가 호주로 돌아오는 데 아무런 장애물이 없다"고 말했고, 영국에 있는 호주 영사도 어산지를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줄리아 길러드 호주 총리가 최근 어산지의 위법행위를 지적하는 발언을 하고 호주 정부도 위법성 조사에 나서 어산지는 고국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7일 세계적인 석학 노엄 촘스키 MIT 교수 등은 길러드 총리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호주정부가 어산지를 보다 강력히 보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비난ㆍ지지세력 사이버 공격 격화
6일 스위스 우체국 은행인 포스트파이낸스가 어산지의 계좌를 동결하고, 7일 마스터카드도 어산지에 대한 기부서비스를 중단했다. 앞서 온라인 대금결제사이트인 페이팔이 어산지의 계좌동결을 발표한 뒤 어산지를 지지하는 해커부대가 페이팔 블로그를 사이버 공격해 4일 9시간 가량 서비스가 중지됐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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