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방문했을 때 나는 북한 고래의 현주소에 대해 묻고 다녔다. 하지만 누구에게도 고래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백두산 초입 삼지연호텔 식당 봉사원에게 고래에 대해 물었더니 북에서는 오징어를 낙지로, 낙지를 오징어로 부른다는 것만 알았다.
국제포경위원회가 열릴 때마다 북한의 고래에 대한 보고가 있었는지 묻고 다녔지만 북한의 고래 사정에 대해 누구도 알지 못했다. 나는 오래전부터 고래에 대한 남북한 공동 연구가 있어야 한다는 꿈을 꾸고 있다. 놀랍게도 최근 조선중앙TV가 북의 고래에 대해 보도했다.
김일성대학 지질학부 원철국 부교수 팀이 함흥의 함흥만과 성천강 하류가 합치는 지점에서 북한 최초로 고래 골격 화석을 발굴했다. 북측의 조사에 따르면 그 화석은 수염고래며 전체 몸무게는 100톤, 몸길이는 18∼18.5m쯤 된다고 했다. 특히 고래화석의 역사를 약 1만년 전으로 추정했다. 나는 환호했다.
그건 지구상에서 가장 큰 대왕고래(Blue Whale)의 화석 같다. 북측은 '흰수염고래'라 부른다. 4년 전 울산 남구 장생포에서도 대왕고래로 추정되는 화석을 발견했다. 고래도시 울산과 함흥의 공동 연구가 시작되었으면 한다. 1만년 전 화석이라면 한반도의 고래 역사는 다시 써야 하기 때문이다. 그 덕에 국보285호인 울산 반구대암각화를 새긴 선사 부족과 제작 연대의 비밀이 밝혀질지도 모르겠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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