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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숙 칼럼] '잘 죽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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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숙 칼럼] '잘 죽는 방법'

입력
2010.12.07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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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삶을 위해 건전하고 쾌적한 생활을 하는 것을 우리는 웰빙이라고 부른다. 건강한 육체가 평화로운 정서의 밑바탕이 될 터이니, 웰빙은 신선한 먹거리와 규칙적인 운동을 포함하여 몸으로부터 시작된다. 몸은 정신을 담는 그릇이라 그릇이 단단하면 그 안의 정서도 균형을 잡을 것이다. 때로 기울고 넘치기도 하겠지만 비교적 덜 기울고 덜 넘친다는 뜻이겠다.

웰빙과 함께 웰 다잉이라는 것이 있다. 웰빙이 잘 살자는 것이라면 웰 다잉은 말 그대로 잘 죽는 것을 말한다. 죽음은 육체의 완전한 소멸이고 모든 것의 끝이다. 그런 것에 잘 하고 못 하고가 있을 수 있나. 게다가 언제 죽을지도 알 수 없는데 준비란 또 무엇인가.

너무 친절한 실용적 안내

아내가 남편 대신 생명보험을 들면 저 여자가 나 죽기만을 바라나 생각한다는 게 우리네 정서다. 자식이 부모에게 보험 얘기를 물어보면, 큰돈 들여 보험 들어놓을 때는 언제고 또 은근히 서운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죽음은 거론하는 것조차 불길하고 무례하게 여겨진다. 생을 단단히 붙들고 웰빙을 하기도 바쁜데 웰다잉이 다 무엇이란 말인가.

이라는 책의 제목이 눈에 띄어서 읽어보게 되었다. 그 책의 지은이 이름은 더욱 흥미롭다. 한국죽음학회. 천박하고도 쉽게 상상되는 것처럼 자살을 공모하고 준비하는 불순한 동호회는 물론 아니다. 이 학회에서는 '좋은 죽음'을 연구한다고 한다. 잘 죽는다는 말도 그렇거니와 좋은 죽음이란 말도 선뜻 쉽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이 책이 뜻밖에도 철학서가 아니라 실용서여서 더욱 그렇다. 책에는 말기 환자들에게 죽음을 알리는 방법, 장례의 절차 등이 소개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사용이 가능한 유언장 사본이 첨부되어 있기도 하다. '잘못 쓰거나 수정할 것을 대비해 충분히 준비했으니 정성껏 작성해 소중히 보관하시기 바랍니다.' 첨부된 유언장의 사본 앞에 붙어 있는 친절한 설명이다. 배려가 너무 친절해 갑자기 마음이 적막해진다.

책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죽음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사랑하는 누군가의 죽음을 상상하며, 대체 무엇을 말할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이 나의 죽음이라면 더욱 그렇지 않겠는가. 그런데 이 실용적인 책은 남겨진 자들의 슬픔에 대해서도 매우 실용적으로 말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마십시오. 울 수 있는 만큼 우십시오."

그리고 또 말한다.

"떠나는 사람을 편하게 보내주십시오. 가지 못하게 붙잡지 마십시오."

죽음을 받아들이라는 얘기다. 그러고 보면 이 책은 떠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보내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죽음이란 단지 육체의 소멸인 게 아니라 관계의 또 다른 방식이다. 죽음, 혹은 이별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일 것이다. 그러므로 좋은 죽음이란, 잘 죽는 것이란, 실은 잘 사는 것의 최종 지점일 터이다. 잘 살아야 잘 죽고, 잘 죽어야 잘 남겨진다. 그리고 남은 자들이 이별의 슬픔을 딛고 그 뒤를 다시 쫓아간다.

잘 살아야 잘 죽게 되는 것

세상에는 온통 사는 얘기뿐이다. 악착같이 살고, 부정하게 살고, 부당하게도 산다. 그러나 모든 삶은 결국 소멸한다. 부당한 과정에 아름다운 종말은 없다는 게 우리네 상식이다. 부정한 욕망을 비우고, 혹은 좌절하고 싶은 마음도 비우고 한 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웰다잉이라는 말 앞에서, 우리는 잘 살고 있는지를. 그러니까 결국 이 책이 말하고 싶은 것은 잘 살고 아름답게 살자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아름다운 사회란 결국 잘 살려는 사람들을 잘 살게 해주는 사회가 아니겠는가. 설마 낙원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전쟁은 없고, 불행한 죽음도 없고, 살겠다는 사람을 살게 해주는 사회가 아니겠는가.

김인숙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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