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대 그룹의 시가총액이 사상 처음으로 600조원을 넘어섰다. 금융 위기 파고를 넘으며 한국 간판 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된 탓이지만, 한편으로는 국가 경제에서 재벌의 영향력이 그만큼 높아진 것이다. 또 개별 그룹별로는 명암이 엇갈려 범 현대가는 약진한 반면 LG와 포스코는 고전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자산총액 기준 상위 10대 그룹의 시가총액은 2일 현재 638조5,100억원으로 작년 말(494조1,084억원)과 비교해 29.22% 증가했다. 10대 그룹의 시장 지배력도 강화돼 코스피ㆍ코스닥을 합친 전체 증시(1,177조6,876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보다 3.41%포인트나 높아져 54.22%를 기록했다. 10대 그룹의 시가총액 비중이 55%에 육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위기 과정에서의 대응여부에 따라 그룹별 희비도 극명하게 엇갈렸는데, 한국 증시의 대표주자인 삼성의 위상은 더욱 강화됐다. 시장가치가 127조원에 달하는 삼성전자를 포함한 삼성그룹 상장사의 시총 합계는 247조8,082억원으로, 한국 전체 증시의 5분의1을 차지했다.
삼성생명(시총 19억7,200억원) 상장과 함께 주가 상승으로 2010년 연간 삼성그룹 가치가 48조4,936억원 증가했고,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20.49%에서 21.04%로 높아졌다. 2~6위 사이에서는 순위 바뀜이 나타났다. 현대차그룹이 LG그룹을, 현대중공업그룹은 롯데그룹을 제치고 각각 2위와 6위로 한계단씩 올라섰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높아진 국제경쟁력을 반영하듯 현대차그룹의 경우 계열사의 시장가치 합계가 지난해 말보다 1.6배 늘어난 109조7,649억원을 기록했다. 도요타, GM, 포드 등 기존 강자가 부진한 틈을 이용해 글로벌 시장의 점유율을 크게 높였기 때문인데, 현대차(작년말 3위→2일 2위) 기아차(29위→9위) 현대모비스(8위→5위) 등 주요 계열사의 증시 내 순위 상승이 뚜렷했다.
현대중공업그룹도 글로벌 경기회복 여파로 조선업이 정상궤도에 오르고 태양광 등 사업다각화를 추진, 자존심을 회복했다. 10대그룹 중 가장 높은 주가 상승률(94.07%)을 보이며 시총(32조4,920억원)도 2배 이상 급증했다.
LG와 포스코는 부진했다. LG전자가 저조한 성적을 내면서 LG그룹의 2010년말 시총(88조5,644억원)은 지난해 말보다 17.65% 상승하는데 그쳤다. 포스코그룹은 10대 그룹 중 유일하게 시가총액이 감소하며 4위 자리를 SK그룹에 내줬다. 핵심 계열사인 포스코가 철강제품 가격 인상 억제로 수익성이 악화하며 주가가 24.68%나 하락하면서 그룹 시총(47조808억원)이 지난해보다 19.37% 줄어들었다.
한편 증시의 재벌 쏠림 현상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삼성증권 황금단 연구위원은 "올해만큼 강력하지는 않겠지만 내년에도 삼성과 현대차의 약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LG그룹의 경우 LG전자의 실적 개선 가능성과 화학, 디스플레이 등의 성장세가 있기 때문에 그룹 전체로 보면 나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포스코는 제품 가격 문제가 정책적 고려 대상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불리할 것으로 전망됐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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