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정직하고 정확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과 관련, 밖에서는 '경제도약의 계기'부터 '매국협상'까지 극단 평가가 오가고 있으나 증시에서는 수혜와 피해가 예상되는 업종 모두 소폭의 등락만 나타났다.
한미 FTA타결 후 처음 열린 5일 증시에서는 재협상의 가장 큰 피해업종으로 꼽힌 자동차는 소폭 하락하는데 그쳤고, 복제약 생산과 관련해 수혜가 예상되는 제약업종도 업체별로 희비가 엇갈린 가운데 아주 조금 오르는데 그쳤다.
이날 제약업종 전체는 0.01% 상승에 머물렀는데 녹십자가 1.57% 상승한 반면, 종근당과 한미약품은 각각 1.9%와 1.06% 하락했다. 대우증권 권재현 연구위원은 "국내 제약사는 이미 주요 의약품의 제네릭(복제약) 허가를 2020년까지 받아 놓았기 때문에, 3년 유예는 큰 의미가 없다"라고 분석했다.
자동차 분야에서도 협정 발효시 바로 관세가 사라져 최대 수혜주로 꼽혔던 부품주는 현대모비스(1.52%)와 세종공업(3.08%) 등 일부만 상승하는데 그쳤다. 또 관세 철폐기간 연장으로 피해가 예상되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하락폭도 각각 1.63%와 0.97%에 그쳤다.
삼성증권 오현석 투자전략팀장은 "현대차와 기아차의 최근 약진은 전세계 자동차 시장의 수요가 대형차에서 중소형으로 재편되고, 이 변화를 신흥시장이 주도했기 때문"이라며 "선진시장인 미국 FTA 관세 연장은 중요한 주가 결정 재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한미 FTA에 무덤덤하게 반응한 이날 시장의 반응이 정상"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우리 경제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지만, 비준 과정이 험난할 것으로 예상돼 단기간에 증시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이날 증시 움직임은 FTA를 둘러싼 외부 논쟁이 이념이나 정치적 명분에 따라 긍정이든 부정이든 과장된 측면이 크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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