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의 동아시아 시문학/ 허흥식 지음ㆍ민족사 발행
당송(唐宋)의 한시를 묶은 고려 중기의 시집 ‘백가의집(百家衣集)’ 연구서. 이 시집을 고대 동아시아의 중원에서 꽃을 피웠다가 사라진 시문학의 유산을 중세의 고려가 잘 보존하고 활용한 뚜렷한 증거로 간주한다. ‘백가의집’은 고려인의 것인 동시에 동아시아의 명시들을 활용했으므로 시간적 보편성과 공간적 국제성을 겸비한, 중세 동아시아의 귀중한 문화유산이라는 것이 저자의 시각이다.
▦대동법, 조선 최고의 개혁/ 이정철 지음ㆍ역사비평사 발행
조선 후기를 이해하는 제도적 틀로서 대동법을 다룬 연구서. 대동법 관련 법령집인 ‘대동사목’을 기본 사료로 대동법을 실시하기까지 국왕과 정치세력들이 펼친 정책논쟁을 분석했다. 공물을 어디에 부과하며 무엇으로 거둘 것인가, 그 운용 방식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등의 논쟁을 논리적으로 재구성했다. 저자는 대동법 논쟁에 조선시대 경세론의 핵심이 담겨있다고 본다.
▦또하나의 한국전쟁/ 염인호 지음ㆍ역사비평사 발행
중국 조선족의 시각으로 한국전쟁을 조명했다. 북한 인민군 주력부대의 절반이 중국의 국공내전에 참전했던 만주에서 내려온 조선인부대였다는 점에 착안했다. 한국전쟁에서 남북대결은 남한을 일방으로 하고 북한 및 만주 조선인 사회를 일방으로 하는 양 세력의 대결이었다는 것이 저자의 해석이다. 조선족의 역사를 한국현대사로 껴안으려는 학문적 시도다.
▦마을로 간 한국전쟁/ 박찬승 지음ㆍ돌베개 발행
충남지역 5개 마을의 한국전쟁 경험자들에 대한 구술조사를 통해 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의 성격을 규명했다. 기존 이 분야 연구가 마을공동체 내 민간인 학살의 원인으로 일제시대에 연원을 둔 지주-소작인의 계급갈등에 주목한 데 비해, 그 원인을 친족 내부의 경쟁의식, 양반과 평민 사이의 갈등, 기독교도와 사회주의자 간의 대립 등 다양한 틀로써 분석한 점이 돋보인다.
▦미국 외교의 역사/ 권용립 지음ㆍ삼인 발행
한국 외교의 최대 변수인 미국의 외교 방식과 전통을 소개했다. 미국 외교의 역사를 영토의 확장, 시장의 확장, 가치와 이념의 확장을 순서대로 실현해온 팽창의 여정으로 파악한다. 미국에 어떤 정당이 들어선다 해도 미국이 주도해서 세계를 꾸려가야 한다는 선민적 세계관과 역사관은 바뀌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패권주의적 미국 외교의 기조는 변하지 않으리라는 결론이다.
▦번역된 철학 착종된 근대/ 전호근 김시천 지음ㆍ책세상 발행
‘논어’ ‘노자’ ‘사기’ 등 동양의 고전들이 한국사회에서 20세기초부터 지금까지 어떻게 수용, 변형, 왜곡됐는가를 연구했다. 한국이 근대성을 추구해온 지난 100여년 동안의 철학과 학문은 ‘번역된’ 철학과 학문이며, 동서고금이 섞일 수밖에 없는 ‘착종된’ 근대라는 것이 저자들의 인식이다. 해석의 전통과 근대성이라는 현대적 관심이 어떻게 조우했는가를 다각도로 다뤘다.
▦법원과 검찰의 탄생/ 문준영 지음ㆍ역사비평사 발행
검찰, 법원 조직 등 현대 사법기구와 그 운영 방식이 어떤 역사적 배경에서 탄생했고 변화해왔는지를 조망한 한국사법제도사. 근대적 재판소 설치령이 공포된 갑오개혁 시기부터 식민지적 사법제도가 존속한 일제강점기, 해방 이후 미군정기를 거쳐 법원조직법이 제정된 1950년대, ‘사법의 암흑기’로 불리는 군사정권기에 이르기까지 사법제도에 관한 핵심 법령들의 입법 과정과 그것을 둘러싼 논란을 조명했다.
▦옛 화가들은 우리 땅을 어떻게 그렸나/ 이태호 지음ㆍ생각의나무 발행
조선의 진경산수화가 어떻게 시작됐으며 어떤 과정을 통해 정착됐는지, 실제 경관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어떤 계보를 형성했는지를 다뤘다. 금강산부터 부산 태종대까지 산수화와 실제 풍경을 답사해 비교한 것이 특징이다. 저자는 ‘실경 대상을 닮게 그리는 것이 선(善)’이라는 진경산수화의 미학적 근대성을 논한 뒤, 진경산수화는 세계미술사에서 큰 위치를 점할 자격이 있다고 주장한다.
▦유교가부장제와 가족, 가산/ 박미해 지음ㆍ아카넷 발행
‘미암일기’ ‘묵재일기’ 등 양반 사족들이 남긴 문헌을 통해 16세기 전후 조선에서 가부장제가 확립돼 가는 과정을 연구했다. 가족과 친족생활, 가족부양, 상속, 유교적 예식 등을 심도 깊게 들여다봤다. 저자는 한국 유교의 가부장제를 경제체제와 지배구조의 두 가지 측면에서 분석한 뒤 조선사회의 가부장제를 ‘다소 유동적인 유교적 가부장제’라고 파악한다.
▦최후의 심판 도상 연구/ 박성은 지음ㆍ다빈치 발행
서양미술의 단골 주제인 ‘최후의 심판’이 시대와 지역, 후원자나 작가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비교사적으로 연구했다. 12세기 로마네스크 양식 성당의 조각작품부터 16세기 미켈란젤로의 프레스코까지, 동일한 주제가 다양한 매체와 시대와 지역에 따라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했는지 조망했다. 미술사 방법론 연구의 새로운 모델이 될 만하다.
정리=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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