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8시30분 인천 중구 운남동 운남초등학교 운동장. 막 도착한 세 대의 버스에서 연평도에서 온 학생들이 우르르 내렸다. 지난달 23일 북한의 포격으로 학교를 잃어버린 뒤 13일 만의 등굣길에 나선 아이들은 큰 규모에 최신 시설을 갖춘 학교를 보고 놀랐다. 3학년인 김모(9)군은 "학교도 좋고, 친구들과 같이 공부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운남초 학생 150여명과 교사들은 새 친구들을 맞기 위해 강당에 모여 기다리고 있었다. 어린이회장인 이태림(12ㆍ운남초6)양은 처음 등교한 104명의 연평도 학생들에서 "다니던 학교를 떠나 어색하고 마음도 불편하겠지만 스스럼 없는 친구로, 형제자매로, 사이 좋게 지내고 싶습니다"고 반겼다.
올해 3월 2일 개교한 이 학교는 학생이 다 차지 않아 24개 학급 중 7개 학급만 운영 중인데, 건물 한 동을 아예 연평임시학교로 꾸몄다. 초·중·고를 합친 12개 교실과 행정실, 교장실, 관리실 등이 마련됐고, 강당과 식당 등 학교시설은 운남초 학생들과 공동으로 사용한다. 연평초중고 교직원 39명도 그대로 교편을 잡는다. 인천시교육청은 새 교과서를 지급했다.
하지만 깨끗한 시설과 학생들의 환대에도 불구하고 일부 연평도 학생의 얼굴은 여전히 어두웠다. 한 여중생은 "여기도 나쁘지 않지만 우리 학교에서 공부하는 게 더 마음이 편하다"고 털어놨다.
연평도 학생들은 겨울방학이 시작되기 전인 이달 24일까지 운남초에서 공부할 예정이다. 인천으로 피란 온 주민 대다수가 영구 이주를 원하고 있어 이후 일정은 아직 유동적이다. 박안수(49) 연평초중고 중등교육연구부장은 "뒤처진 수업 진도는 교사들이 대책을 마련해 해결할 예정"이라며 "잦은 환경 변화로 인해 학생들이 느낄 혼란을 막는 게 급선무"라고 밝혔다.
인천=김창훈기자 ch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