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국방부 기자실을 찾은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국방 수장이라기보다는 TV 토론 프로그램에 나온 토론가를 연상케 했다. 그는 예정된 시간을 훨씬 넘겨 가며 질문에 답했다.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남겼던 강렬한 인상도 그 모습 그대로였다. 허리와 목을 곧추 세운 채 시종일관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면서 단호하고 거침없는 어조로 자신의 소신을 분명히 말했다.
김 장관은 장관으로서의 구상이 이미 정리돼 있는 듯 보였다. 그는 ‘장성급인사 기준과 원칙을 말해 달라’는 질문에 “세 가지 원칙이 있다”며 운을 뗀 뒤 군에 대한 전문성을 우선 고려하고 외부 청탁을 일체 받지 않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이번 인사가 문책용이 아닌 정상적 인사라고 했다. 김 장관은 각종 국방 현안을 묻는 질문에도 “두 가지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다” “잘 이해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등의 표현을 사용해 가며 사안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애를 썼다.
민감한 질문에 대해서도 그는 피해 가지 않았다. 교전규칙과 자위권의 구별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김 장관은 “다시 한번 설명해 줄까요”라며 여유 있게 답변을 이어갔다. 김 장관은 “자위권은 적이 우리에게 먼저 도발했을 때 취하는 응징의 개념이기 때문에 교전규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야전 경험이 풍부한 인사를 승진시키면 정책통 인사가 불이익을 받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김 장관은 “정책 부서라고 야전성이 낮지 않으며, 야전 경험을 중시한다고 해서 야전에 근무한 사람만 진급시킨다는 뜻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인사청문회에서 전형적 무인(武人)의 모습을 보여 줬다는 평가를 받은 김 장관은 이날도 위중한 시기를 의식한 듯 결연한 의지를 거듭 피력했다. 그는 “군대다운 군대” “이길 수 있는 군” “뿌리 뽑겠다” “적의 도발 의지가 꺾일 때까지”등 짧지만 함축적 의미를 담은 표현을 수차례 써 가며 강한 군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한두 가지 질문만 받고 끝날 예정이던 간담회는 기자들과 김 장관의 문답이 이어지면서 예상보다 훨씬 길어졌다. 김 장관의 참모진이 기자들에게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며 만류하기도했지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김 장관은 마지막으로 “군의 신뢰가 많이 떨어져 열심히 일하는 군인들까지 매도당하고 있다”며 “땅에 떨어진 전투 의지를 본궤도에 올려 놓겠다”고 언론에 협조를 당부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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