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조례안을 밀어붙인 서울시의회를 상대로 사실상의 '전쟁'을 선포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번 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나 민주당 측 주요 인사와의 '대국민 끝장토론회'를 전격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서울시와 시의회 간의 정면 충돌로 시정이 파행을 겪는 상황에서 이 회동 성사가 극적인 돌파구가 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
서울시의 한 핵심 관계자는 5일 "외제차 타고 등교하는 학생이나 몽블랑 볼펜 쓰는 아이들까지 점심비용을 세금으로 대는 게 옳은 일이냐"고 반문하며 "무상급식을 안 하면 아이들을 굶기는 것으로 잘못 알려져 있어 (오 시장이) 이를 논의할 대국민 토론회를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 시장은 민주당 주도로 무상급식 조례안이 통과되자 2일 돌연 연가를 내고 시의회 출석을 거부한 데 이어 3일에는 '시정협의 중단'을 선언했다.'대화와 설득'이라는 그간의 기조와는 판이한 행보다.
오 시장이 이처럼 초강수를 두는 이유는 여소야대 의회가 서울광장 조례에 이어 무상급식까지 다수의 논리로 밀어붙이면서'오세훈 2기'의 시정철학 구현이 불가능하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전과 다른 오 시장의 결연한 각오는 4일 올려놓은 블로그에서도 잘 드러난다. 오 시장은 '할말 있습니다'라는 코너에서 "아이들 밥 한끼 먹이자는데 왜 반대 하냐구요?"라는 제목으로 시정협의 중단 선언의 배경과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조례가 통과된 1일 밤) 수면제 두어 알을 꺼내 먹어도 봤지만 머리는 오히려 더 또렷해지고 맑아지기만 했다. 민주당 시의원들의 이 망국적인 포퓰리즘 전략을 어떻게 막아낼 수 있을지 정치인으로서의 책임감으로 가슴은 점점 더 답답해져 갔다…(중략) 아마 총선과 대선에서는 더 과격한 포퓰리즘 공약이 등장할 것이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다음날 아침 참담한 마음으로 서울 시내의 한 산사를 찾아 노스님에게 번민을 얘기하고 위안을 기대했으나 결국 허사였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혼자 애쓰지 마라"는 충고를 들었지만 "여기서 무너지면 서울시가, 대한민국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어떻게 발버둥치지 않을 수 있겠느냐"라는 판단에 도저히 수용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그러면서 학교 조리시설이 매우 열악한 상황에서 무상급식을 시행한다면 결국 시설 개선이 늦어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에게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또 저소득층 아이들의 휴일과 방학식사 등도 수포가 된다고 지적했다.
무상급식을 둘러싼 이번 시의회와 시의 갈등은 자연스럽게 중앙정치 무대로 확전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서는 이를 대권행보로까지 확대 해석하고 있다. 무상급식지원 특위위원장인 민주당 김종욱 시의원은 5일 "오 시장이 보수층을 겨냥한 선명성 경쟁으로 대권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며 "재의 요구를 해와도 민주당이 수정안을 낼 일은 없으며, 다음주에 시의원들의 단식농성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긴박한 분위기를 전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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