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타결에 대한 미국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환영'이다. 일부 의원들이 쇠고기 문제 등이 거론되지 않은 것을 두고 "부족하다"는 논평을 냈지만, 이는 지역구 주민을 의식한 것이거나, 한국에 자칫 '일방적인 합의'로 비칠 것을 우려한 정치적 제스처로 보는 게 옳을 듯 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FTA가 가져야 할 것을 성취했다"고 평가한 데 이어 의회와 재계, 노조, 언론들도 일제히 긍정적 반응을 쏟아냈다.
FTA 비준의 하원 주무위원회인 세입위원회의 샌더 레빈(민주당) 위원장은 지금까지의 반대 입장에서 벗어나 "한미 간 무역을 일방통행에서 양방통행으로 바꾸는 극적 계기"라며 미 제조업 일자리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내년 새 의회에서 세입위원회 위원장이 유력한 공화당 데이비드 캠프 의원은 "미국 기업과 근로자들에게 큰 승리"라고 반색했다. 미 자동차업계 근로자를 대표하는 전미자동차노조(UAW)는 "미 자동차 제조업의 일자리 신장에 중요한 기회"라고 밝혔고 토머스 도너휴 미 상공회의소 회장은 "이번 합의로 수천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비준을 얻어내기에 충분한 수준"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의 승리"라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이후 최대의 FTA"라며 "비준 가능성이 밝다"고 전망했다.
미국이 양측의 공동발표 합의를 어기고 일방적으로 먼저 합의 내용을 공개한 것도 이번 협상 결과가 만족스럽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관심은 의회의 비준 가능성과 시점이다. FTA에 우호적인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을 장악했고, 자동차 등에서 추가 양보를 얻었기 때문에 비준은 보다 수월해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 전망이다. 하원 세입위원회 차기 위원장이 FTA 찬성파인 캠프 의원으로 바뀌는 것도 물론 플러스 요인이다. 다만, 상원은 하원에 비해 신중한 편이다. 내년에도 상원 다수당은 여전히 민주당이고 또 상원 FTA 주무위원회인 재무위원회의 맥스 보커스 위원장은 이번 협상에서 쇠고기 문제가 거론되지 않은데 대해 "깊이 실망했으며 판단을 유보할 것"이라고 말해 진통을 예고했다.
미 행정부의 비준을 위한 이행법안의 의회 제출은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연설이 예정된 내년 1월말이나 2월초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미 정치권이 대선정국에 돌입하는 때인 내년 8월 휴회 이전 비준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미 의회는 이행법안이 제출되면 회기 90일 이내에 수정 없이 비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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