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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감세의 경제학, 감세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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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감세의 경제학, 감세의 정치

입력
2010.12.05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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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세 논의가 뜨겁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 시작됐다는 신호이다. 감세는 세금을 줄이는 것인데 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들이다. 감세정책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이지만 정교한 경제학 이론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정치인에 참기 힘든 유혹

감세의 경제학을 본격적으로 정치에 도입한 정치인은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다. 그는'래퍼 커브'이론을 인용하여 감세정책을 도입하였다. 경제학자 아서 래퍼가 주장한 래퍼 커브는 세율과 세수와의 관계를 설명한 것으로, 세율을 높일 경우 사람들은 그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세금이 부과되는 경제행위를 줄인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반대로 세율을 낮출 때 사람들이 그 세금이 부과되는 경제행위를 늘리게 된다면 결과적으로 세율은 낮더라도 세수는 늘어날 수 있다.

이 이론의 배경에는 정부가 일정한 세수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할 경우, 세율을 낮추더라도 세수가 줄어들지 않는다면 세율을 낮추어 경제행위를 장려하면서 세수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고려가 깔려있다. 레이건 은 후보 시절 래퍼의 이론을 소득세에 적용, 세율을 낮추더라도 사회복지 정책에 사용할 세수의 감소는 없다고 주장하였고 소득세를 내기 아까워하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살 수 있었다.

유권자의 마음을 사야 하는 정치인들에게 감세정책은 견딜 수 없는 유혹이다. 세금을 내고 있는 유권자는 당연히 감세를 선호하는 반면 세금을 안 내는 사람들은 어차피 자기가 안 낼 세금을 줄이는 데 반대할 필요가 적다. 그러나 세금은 주로 이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사용될 것이므로 이들의 소극적 반대는 세금의 사회적 필요성을 과소평가하게 한다.

따라서 감세정책을 논의하기 전에 우선 우리가 세금을 통해 걷어야 할 돈이 얼마인지에 정확한 추정이 필요하다. 만일 정부가 쓸 필요도 없는 돈을 세금으로 걷고 있다면 감세는 절대로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가 써야 할 돈을 걷기 위해 현재와 같은, 혹은 그보다 많은 세수가 필요하다면 감세를 했을 때 세수가 어떻게 변화할지 추정해야 한다. 요즈음 우리 사회에서는 양극화에 대한 우려가 많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격차가 확대되고 있어 이를 해소하려면 지속적인 정부 지출이 필요하다. 만일 감세가 세수 축소를 가져온다면 감세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감세정책을 도입하더라도 경제행위가 활성화되지 않는다면 감세는 정부 부채를 증가시키고 우리가 결국은 내야 할 세금이 미래로 미루어지거나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보듯 사회복지정책의 파국을 감내해야 한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세율이 높아 고용이나 투자를 주저하고 있는 개인과 기업이 많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따라서 감세를 하더라도 경제행위의 활성화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고 단지 세수 감소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경제적 효과 사전검증해야

그래도 감세를 꼭 하고 싶다면 어떤 식이 좋은가. 감세정책이 시행되었을 때 경제활동을 늘릴 유인이 큰 사람들에게만 감세를 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소득세율의 상한은 그대로 두고 그렇게 높은 소득세를 내야 하는 사람을 줄이는 것이다.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의 경우 세금이 낮아졌다고 해서 일을 더하려는 유인은 작다. 그러나 현재 활동적이지만 부가 아주 많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세율이 낮아지는 것은 경제 활동을 늘리는 매력적인 유인으로 작용한다.

결론적으로 지금 감세정책 도입을 주장하는 것이 단지 정치적으로 표를 얻고자 하는 유인에 기초하는 것이라면 장기적으로 양극화를 확대시켜 우리 사회의 안정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크므로 자제하여야 한다. 감세를 하기 전에 감세에 따른 세수의 변화를 정확히 분석한 뒤 이를 기초로 정책을 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는 소득세 혹은 법인세 부분에 감세정책을 도입했을 때 개인과 법인의 경제행위가 얼마나 활성화될 것인지에 대한 실증적 검증이 먼저 필요하다.

이인호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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