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그림이 저렇게 자유로울 수 있지? 꼭 아이들의 상상력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아.” 한 남성 관람객이 흥분한 목소리로 말을 건네자 함께 그림을 바라보던 연인도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지난 3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막한 ‘색채의 마술사 샤갈’전은 온기로 가득했다.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미술관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생기가 넘쳤고, 전시 도록을 펼쳐든 채 꼼꼼하게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에게서는 진지함이 느껴졌다.
주말인 4, 5일 이틀간 무려 1만여명의 관람객이 이 전시를 찾았다. 화가 마르크 샤갈(1887~1985)에 대한 한국인들의 특별한 애정이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관람객 가운데는 연인과 부부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손을 꼭 잡은 연인들은 특히 ‘도시 위에서’ ‘산책’ 등 샤갈과 아내 벨라의 사랑을 담은 작품들 앞에서 발을 떼지 못했다. 샤갈전 큐레이터 김진현씨는 “토요일 저녁 관람객은 대부분 데이트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벨라와의 사랑을 아름답게 표현한 샤갈의 작품 세계가 연인과 부부들을 매료시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남자친구와 함께 전시장에 온 회사원 조영은(31)씨는 “2004년 샤갈전을 못본 것이 아쉬워 전시가 개막하자마자 왔다. 유명 작품 몇 개만 있을 줄 알았는데 작품이 너무 많아 놀랐다”고 말했다. 또 “샤갈의 열정이 담긴 ‘산책’을 보며 그의 아내는 참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었다.
평소 전시 관람을 즐긴다는 동국대 의대 교수 안연순(46)씨는 “샤갈의 그림은 어렵지 않으면서도 환상적인 세계를 담고 있어 좋다”며 “샤갈이 유대인으로서 지닌 태생적 슬픔이 느껴지는 ‘붉은 유대인’ ‘방랑하는 유대인’ 이 특히 인상깊었다”고 말했다.
도슨트의 전시 해설 때는 100여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도슨트 이진희씨는 “그림 속 동물들의 의미 등 세세한 부분까지 질문이 끊이지 않는다. 힘들기도 하지만 그만큼 관심이 높다는 생각에 뿌듯하다”고 말했다.
내년 3월 27일까지 이어지는 ‘색채의 마술사 샤갈’전은 하루 4~6회의 전시 해설을 통해 관람객의 이해를 돕는다. 오전 10시 30분에는 어린이 관람객을 위한 맞춤 해설이 진행된다. 1577-8968
김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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