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들은 칭찬을 아부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칭찬에) 참 인색합니다. 지금부터 칭찬 연습시간을 가질게요. 예를 들면 이런 거죠. ‘어 혹시 하지원 닮았다는 소리 못 들으셨어요’ ‘혹시 디자인 전공하셨어요, 스타일이 참 좋으신데.’”
국내 ‘연애강사 1호’ 커플매니저 이명길(30)씨의 연애 비법 특강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졌다. 첫 만남인 미혼남녀들 사이에 흐르던 서먹서먹하던 분위기는 금세 화기애애해졌다. “목걸이가 참 잘 어울리세요”(남), “운동 많이 하셨나 봐요, 살짝 만져봐도 되요”(여) 등의 대화도 오갔다.
5일 서울 서초구청 아방세홀, 구내식당인 이곳이 데이트 장소로 변신했다. 솔로 탈출을 위한 단체 미팅 ‘너는 내 운명’ 행사가 마련된 것.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외부 업체에 맡겨 호텔 등에서 만남을 주선한 경우는 있었지만 관공서를 만남의 장으로 활용한 건 처음이다.
관내 주민 및 직장인을 대상으로 지난달 15일부터 신청을 받아 선정된 미혼남녀 24쌍이 참석했다. 20대 중반부터 30대 초반의 공무원, 대기업 사원, 대학 강사, 교사 등 직업도 다양하다. 이들은 MC 김윤규(29ㆍ파티플래너)씨의 진행에 따라 각종 레크리에이션과 커플댄스를 즐기며 인연 찾기에 열중했다.
공개 프러포즈 시간. “셋, 둘, 하나” MC 구령이 막 끝나려는 찰나 김현철(33ㆍ삼성전자)씨가 벌떡 일어섰다. 그는 “5초 동안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신조가 ‘후회하지 말자. 용기를 갖고 도전하자’인데 이 순간이 지나면 후회할 것 같다”고 한 뒤 김예림(27)씨를 향해 걸어갔다.
TV프로그램 ‘결혼할까요’의 배경음악으로도 유명한 안드레아 보첼리의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순간, 무릎을 꿇고 내민 꽃다발을 예림씨가 받아들이자 환호성이 터졌다. 3지망까지 선택할 수 있었지만 ‘올인’한 김씨는 “이상형에 가장 가까워 용기를 냈다. 다음주에 같이 식사를 하기로 했다”고 뿌듯해했다.
이날 행사에서 김현철 김예림 커플을 포함해 총 11쌍이 인연 찾기에 성공했다. 행사 기획을 맡은 서초구 오케이민원센터 이동우 과장은 “좋은 인연으로 결혼까지 골인해 저출산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초구는 결혼중매상담코너 무료작명서비스 등 다양한 저출산대책을 추진 중이며 전국 최초로 ‘둘째까지 아이 돌보미 서비스’를 운영, 보건복지부가 주관한 ‘제1회 아이 낳기 좋은 세상 운동 경진대회’에서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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