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의 비밀 외교전문 폭로용으로 인터넷 통로를 터놓으려는 위키리크스와 이를 저지하려는 미국 등 각국 정부의 인터넷 전쟁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위키리크스의 돈줄도 차단되기 시작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쫓고 쫓기는 "고양이와 쥐의 게임(cat-and-mouse game)"이라고 전했다.
미러사이트 대거 등장
외교전문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org도메인(www.wikileaks.org)을 통해 처음 공개됐다가, 각국 정부가 지휘한 것으로 보이는 분산서비스거부(디도스ㆍDDoS) 공격을 받고 3일 스위스도메인(.ch)으로 옮겨졌다. 그러나 5일 스위스도메인도 접속불능이 됐고 이날 네덜란드(.nl) 도메인을 통해 겨우 접근이 가능했다. 독일(.de) 핀란드(.fi) 도메인 등 21개 대안사이트도 마련됐지만 접속이 불안전하다.
현재는 스위스의 인터넷자유옹호단체인 SPP(Swiss Pirate Party) 주도로 도메인 이전이 이루어지고 있고, 서버는 스웨덴의 반호프(Bahnhof)와 프랑스 OVH사로 분산 배치돼 있다. OVH는 서버제공 중단 요구에 "법원 판결을 기다리겠다"고 버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위키리크스의 미러사이트(정보를 그대로 복사한 사이트)도 150개나 등장했다. AFP통신은 "폭로 내용이 인터넷에서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2003년 미 영화배우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미 캘리포니아 연안을 찍은 사진 모음에서 자신의 집 사진을 빼달라며 소송을 내자, 네티즌들이 오히려 그 사진을 인터넷에서 확산시킨 것에 빗대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효과'라는 해석도 뒤따른다.
"유사시 정보 드러나는 폭탄파일유포"
25만여건의 외교전문 가운데 위키리크스 사이트에 5일 현재까지 공개된 것은 842건에 불과하다. 하루에 수십~백여건씩 업데이트가 되고 있는데 아직 폭로되지 않은 것이 훨씬 많다. 체포영장이 발부된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는 "구금되면 더 많은 정보를 쏟아낼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와 관련 영 선데이타임스는 "어산지 유사시 자동으로 기밀 정보들이 드러나는 보험용 '폭탄파일'들이 이미 유포됐다"고 보도했다.
위키리크스는 기부를 통해 운영되는데, 일부 온라인 계좌도 차단됐다. 외신들은 외교전문 공개 후 전세계 지지자들로부터 총 1만5,000달러가 기부됐다고 전했다.
한편 미 정부는 비밀 해제가 안된 기밀을 보는 것은 불법이라며 연방정부 산하 공무원들에게 '비밀 외교전문 열람금지령'을 내렸다. 이에 대해선 이미 공개된 비밀을 미 공무원들만 보지 못하도록 한데 따른 실효성 논란이 뒤따랐다. 향후 대책에 대해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추가 폭로되는 내용이 있으면 상대국가와 대화하며 풀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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