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도 안 오셨는데….”
북한의 무차별 포격으로 숨진 민간인 희생자 유족과 부상자들, 삶의 터전을 잃고 인천에서 피란생활 중인 연평도 주민들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섭섭함을 금치 못하고 있다. 29일 대국민 특별담화를 통해 “민간인을 향해 군사공격을 한 반인륜범죄이자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도발”이라고 규탄했으면서도 정작 피해를 입은 민간인들에 대한 조문이나 위로방문 한 번 없다는 이유에서다. 말의 성찬(盛饌)과 달리 국가원수로서 초유의 사태에 상처 입은 국민의 아픔을 제대로 보듬고 있느냐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연평도 포격 11일째인 3일 오후 2시 인천 남동구 구월동 길병원 장례식장 5층 시민분향소. 연평 해병부대 안에서 작업 도중 포격으로 숨진 고 김치백(60)씨와 배복철(59)씨의 영정 앞에 유족들만 둘러 앉아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정치인을 비롯해 하루 100명 이상이 찾았지만 분향기간이 길어지며 조문객은 눈에 띄게 줄었다. 유족들은 “이렇게 잊혀지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했고 사태 초기 갑자기 조문을 취소한 대통령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고 김치백씨 아들 영모(31)씨는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면 국민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일반 사고로 돌아가신 것도 아니다. 우리들 입장에서는 이 나라가 국민을 위하는 나라가 아닌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이 대통령은 26일 성남 국군수도병원에서 해병대 희생장병 빈소와 부상자 병동을 들른 뒤 민간인 희생자를 조문할 예정으로 알려졌으나 일정이 변경돼 길병원은 가지 않았다.
인천 임시숙소에서 머물고 있는 연평도 주민들 사이에서도 볼멘 소리가 나오는 것은 마찬가지.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와 손학규 민주당 대표, 김황식 국무총리와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등 정치권과 행정부 수장들이 앞다퉈 방문했지만 대통령은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찜질방이라 보안상 취약해서 그렇다” “와봤자 구체적인 지원을 장담하기 어려우니까 그런 것 아니냐”는 등 해석이 분분하다. 최성일(47) 연평면비상대책위원장은 “초유의 사태이기에 한번은 오실 것으로 기대했다”며 “주민들이 바라는 것은 진심 어린 위로다. 국가 원수가 ‘나를 믿고 따라달라’고 하는데 반대할 주민은 없다”고 섭섭해 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국민의 생명과 안녕을 책임지는 대통령의 위로 방문은 국민적인 사기 진작 등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며 “가장 어려움에 처한 주민들의 상처를 보듬는 차원에서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인천=김창훈기자 chkim@hk.co.kr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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