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한 마리가 마을 어귀에 자리잡은 고목(古木)을 향해 날고 있다. 오래된 나무는 새들에겐 고단한 날개를 쉬고 둥지를 틀고 먹이를 구하는 삶의 터전이다. 다람쥐와 청솔모에게는 훌륭한 은신처요 먹이 활동의 근거지다. 작은 벌레에게는 잎과 가지를 제공해 새끼를 낳아 기르고 세대를 이어가는 큰 마을이다. 주민들에겐 때로는 사랑방이 되고 때로는 기원의 대상이 된다. 육신과 영혼의 안식처다. 사람과 날짐승 들짐승 벌레 등 무수한 생명들이 이 노거수와 관계를 맺고 삶을 이어가고 있다. 몇 백 년을 살아가는 나무 한 그루는 자체로 작은 생태고 숲이고 우주다.
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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