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의 대표적인 수비수 솔 캠벨(36)은 토트넘 팬들에겐 '역적'으로 낙인 찍혀있다. 토트넘에서 주장을 역임하며 정신적 지주 노릇을 했던 캠벨은 수 차례 잔류를 선언했음에도 2001년 곧바로 말을 바꿔 최대 라이벌인 아스널로 전격 이적했다.
캠벨은 팬들로부터 '유다'라는 별명까지 들으며 한동안 엄청난 비난에 시달렸다. 이적 후 토트넘 홈구장을 처음 찾은 날에는 오물 세례를 당하기도 했다. 미국프로농구(NBA) 최고 스타인 '킹' 르브론 제임스(26∙마이애미 히트)도 이와 다를 게 없었다.
지난해까지 7시즌을 뛰며 클리블랜드를 대표하는 영웅이었던 제임스가 3일(한국시간) 고향에서 첫 원정경기를 치렀다. 클리블랜드 지역 당국은 전날부터 경기장 주변과 마이애미팀 숙소 주위에 경찰 경비를 강화하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큰 불상사는 없었지만 클리블랜드 팬들은 제임스의 동작 하나 하나에 야유를 퍼부었다. 제임스를 비난하는 온갖 문구가 관중석을 뒤덮었다.
그러나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경기 도중 옅은 미소를 지으면서 야유를 즐기기도 했다. 제임스는 승부처인 3쿼터에만 24점을 쓸어 담으며 팬들의 비난을 잠재웠다. 이날 제임스의 성적은 38점 5리바운드 8어시스트. 시즌 평균 득점(23.4점)을 크게 웃돌았다. 걸출한 기량이 심적 부담을 뛰어 넘은 셈.
마이애미는 제임스의 맹활약에 힘입어 118-90으로 크게 이겼다. 제임스는 경기 후 "특별한 감정은 없었다"며 "고향에 와서 그런지 몸이 가벼웠다. 승리한 게 기쁠 뿐이다"고 담담히 말했다. '빅3'멤버인 드웨인 웨이드(22점 9어시스트)와 크리스 보쉬(15점)도 동료의 첫 '친정나들이'에 손을 거들었다. 마이애미는 3연승을 올리며 시즌 초반 부진의 늪에서 벗어났다.
김종석기자 lef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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