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전후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왕성한 공개활동을 벌여 눈길을 끈다. 과거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감행했을 경우 외부 노출을 최대한 꺼리던 행보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언론 매체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연평도 포격(11월23일) 직전인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3일까지 2주간 총 12차례의 공개활동을 했다. 현지지도 10회, 공연관람 1회, 기념촬영 1회 등 사흘에 한 번꼴로 동정 보도가 나왔다. 김 위원장 관련 소식은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에 대응해 실시된 서해 한미연합훈련 기간에도 사흘 연속(29~1일) 북한 매체에 등장했다.
그러나 북한 매체들은 지난해 11월 대청해전 직후에는 열흘간, 2002년 6월 2차 연평해전 때에는 일주일간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무력 도발에 따른 남한 및 국제사회의 대응 움직임을 감안한 조치였다.
공개활동 대상이 공장, 대학, 공연관람 등 일반 분야에 집중됐다는 점도 특이한 점이다.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군의 사기진작 차원에서 방문할 수 있는 군부대 현지지도가 한 차례도 없었다. 대북 소식통은 “대내적으로 최고지도자의 건재를 과시해 주민결속을 다지는 한편 외부에는 연평도 포격이 자신과 무관하게 이뤄졌음을 강조하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한편 연평도 포격을 전후로 북한 당국의 통제가 강화돼 후계자 김정은에 대한 주민 불만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3일 함경북도 소식통을 인용해 “연평도 도발 이틀 전인 지난달 21일 당 중앙군사위 명의로 ‘주변 군부대 및 군수시설에 전력공급을 집중할데 대하여’라는 긴급 명령이 떨어져 주민지구의 전력공급이 완전 차단됐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공장가동에 필요한 전기도 대부분 차단됐고 노농적위대, 교도대 등 민간무력이 1일부터 동계훈련에 들어가 비상소집과 등화관제 훈련이 매일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량강도 소식통도 “김정은의 후계자 내정 이후 ‘150일 전투’와 ‘100일 전투’가 이어진데다, 천안함 및 연평도 사건으로 정세가 불안해져 생활이 극도로 어려워졌다는 것이 주민들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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