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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저우 아시안게임 바둑 경기 참관기/ '에이스' 이세돌, 바람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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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저우 아시안게임 바둑 경기 참관기/ '에이스' 이세돌, 바람잡이

입력
2010.12.0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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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처음으로 출전한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바둑이 금메달 세 개를 싹쓸이한 원동력은 무엇일까.

사실 한국 선수단이 광저우에 입성할 때까지도 금메달이 유력한 종목은 하나도 없었다. 우선 혼성페어는 워낙 낯선 종목이어서 금메달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난감한 일이었다. 또 남자단체전은 중국에 구리 콩지에 '투 톱'이 버티고 있어 이세돌 혼자서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고 여자단체전 역시 세계최강 루이나이웨이의 벽을 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전 세계가 주목하는 광저우 현장에서 시상대 맨 윗 자리에 올라선 건 한국 선수들이었다.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천시 지리 인화가 따라야 한다는 말처럼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한국의 금메달 싹쓸이는 양재호 감독과 김승준 윤성현 코치의 뛰어난 용병술에 힘입은 바 크다.

특히 객관적인 전력이 열세라고 평가되던 남자단체전 오더 싸움에서 한국코칭스탭의 뛰어난 지략이 빛을 발했다. 중국의 위빈 감독은 한국 전력의 핵심이 이세돌이라고 보고 구리를 2번 콩지에를 4번에 배치해 이세돌이 빠져 나가지 못하게 했다. 반면 양재호 감독은 이세돌과 최철한이 '천적'인 씨에허만 만나지 않으면 된다고 판단했다. 나머지 선수들은 누구든지 중국선수와 맞대결을 벌여도 최소한 세 판은 이길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이세돌을 3번, 최철한을 6번으로 멀리 떼어 놓았다.

결과적으로 양측 감독의 작전이 모두 예상대로 맞아 떨어졌지만 최종 승리는 한국 몫이었다. 중국이 예선과 결선에서 이세돌을 두 번 다 잡았지만 나머지 선수들이 모두 지고 말았다. 한국의 에이스가 바람잡이 역할을 한 셈이다. 반면 박정환과 최철한 강동윤이 오히려 비밀무기였다. 선수에 대한 믿음도 강했다. 중국이 남자단체전 예선에 이어 결승에서도 역시 1승4패를 당한 건 위빈 감독이 1번 창하오를 버린 초조함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양재호 감독이 썩 좋은 컨디션이 아니었던 1번 이창호를 끝까지 믿어준 것과 매우 대조적이다. 양재호 감독은 최근 성적이 부진했던 이창호를 예선기간 동안 충분히 쉬면서 중국과의 결승전에 전력을 기울이도록 했다. 그 결과 중국의 에이스 구리를 물리쳐 스스로 자존심을 지키면서 한국팀 승리에 큰 몫을 했다.

여자의 경우 예선에서 중국에 졌지만 결승에서는 통쾌하게 설욕했다. 핵심은 루이나이웨이였다. 예선에서 김윤영을 붙여봤지만 역부족이라고 판단한 양감독은 결승에서 경험 많은 이민진을 기용해 결국 성공을 거뒀다. 이 역시 이창호의 경우처럼 믿음의 리더십이 통한 것이다.

이번 대회서는 또 정상급 스타들의 살신성인이 큰 몫을 했다. 수억대 연봉을 자랑하는 이세돌 이창호 등 일류선수들에게 상금 한 푼 걸려있지 않은 아시안게임은 큰 의미가 없을지 모른다. 박정환 조한승의 경우는 금메달을 딸 경우 병역혜택이라는 당근이라도 있었다. 그러나 이창호 이세돌 최철한 강동윤은 한 달 45만원의 훈련보조비를 받으면서 힘든 훈련과정을 묵묵히 따라주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 한국 바둑의 성패가 달렸다는 책임감과 소명의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진재호 m스포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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