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 무역위원회(USITC)는 '미국 중소기업의 수출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중소기업의 수출 기여도가 총 수출의 41%에 달하고, 400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했다는 내용이다. 이 보고서는 미국이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추진 중인 '수출진흥구상'(NEI)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들에서 수출의 중요성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유럽은 남부유럽 재정위기로 역내 시장 여건이 어려워지면서 역외 수출 확대 전략을 펴고 있고, 일본도 신흥시장 수출을 위해 '지산지소'(地産地消) 전략에 따른 현지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신흥국에도 수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은 해외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선진기술과 경영 노하우, 브랜드를 확보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서방 국가들이 '역(逆)마르코폴로'라며 경계하는 실정이다. 세계 가전시장과 태양전지 점유율 1위는 하이얼과 센테크 등 중국기업들이다. 신흥시장 수출을 확대하려는 다국적 기업과 시장을 지키려는 신흥국 기업의 경쟁도 격화하고 있다.
이 같은 수출 경쟁의 결과가 최근의 환율 갈등이다. 미국과 중국의 위안화 절상 논쟁과 일본의 이례적인 외환시장 개입이 갈등을 촉발했고, 미국의 2차 양적완화 정책이 논쟁을 가열시켰다. 주요20개국(G20) 서울정상회의를 통해 각국이 경쟁적 평가절하를 자제하고, 환율에 관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합의하며 일단락됐지만 불안요인은 잠재한다.
이런 가운데 우리 수출은 경쟁국에 비해 빠른 속도로 회복되며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수출은 지난해 172.1%의 높은 경제성장 기여율을 보였다. 올해 역시 사상최대 수출과 무역흑자가 예상되며, 수출순위는 세계 7위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수출 호조가 이어진다면 내년에 무역 1조 달러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1951년 무역 1억 달러를 기록한 이후 60년만의 대기록이다. 세계적으로도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한 나라는 미국 일본 등 8개국에 불과하다. 이들 8개국과 우리나라가 세계 교역량의 약 50%를 차지함으로써 무역 1조 달러 달성국이 세계 교역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글로벌 경쟁구조의 변화는 우리에게 새로운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신흥국이 높은 성장세를 보이면서 새 소비층으로 부상하겠지만, 과잉 유동성과 공급 과잉 탓에 세계경제는 저성장 시대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중ㆍ일
사이의 희토류를 둘러싼 갈등에서 보듯이 자원확보 경쟁도 심화할 것이다. 녹색ㆍ융합 등 새로운 영역에서 연구개발(R&D)을 통한 기술선점 경쟁도 확대될 것이다.
이런 도전에 대응해 주요 권역별 특성을 반영한 신흥시장 진출전략과 신성장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확대 등이 필요하다. 대기업 중심의 수출성과가 중소ㆍ중견 기업에서도 나타날 수 있도록 이들 기업의 글로벌화 지원도 서둘러야 한다.
미 무역위원회 보고서는 수출 중소기업의 일자리 창출효과가 크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우리 기업들의 수출 확대가 일자리로 연결돼 사회 구성원들이 온기를 느낄 수 있어야 진정한 무역강국이라 말할 수 있다. 시베리아의 툰드라에서 순록의 먹이를 찾아 얼음을 깨며 나아가는 힘든 여정을 마다 않는 네네츠 유목민족처럼, 무역 1조 달러 시대를 맞아 우리도 새로운 도전과 변화의 과제를 직시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의지와 열정을 가져야 할 때다.
김경식 지식경제부 무역투자실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