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두 개의 슈퍼파워가 등장했을 때는 전쟁의 암운도 함께 따라다녔다. 떠오르는 중국과 기존의 슈퍼파워인 미국이 갈등관계를 형성하고 군사적 경쟁조짐도 감지되면서, 둘의 관계가 어느 방향으로 치달을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부각되고 있다. 영국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는 2일자 커버스토리를 통해, “중국과 미국은 라이벌이 될 수밖에 없지만, 반드시 적대적일 필요는 없다”며 양국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여러 각도에서 진단했다.
“전쟁은 없다”낙관론
낙관론의 근거는 일단 21세기는 이념의 시대가 아니라는 점이다. 과거 미국과 구 소련의 관계는 서로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이념을 확장하려는 근본적인 충돌이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또 19세기 유럽의 열강들처럼 세계 각지에서 식민지를 찾아 세력을 확장하는 시대도 아니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이해가 결코 다르지 않다는 진단도 있다. 두 국가 모두 세계화와 자유시장에 의해 이익을 얻는다. 또 양국은 안정적인 세계질서를 원하며, 북한이나 이란과 같은 ‘불량국가’들이 핵을 갖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이코노미스트는 “양국 모두 전쟁이 발생하면 엄청난 손실을 입게 된다”는 점도 낙관론의 근거로 제시했다.
“전쟁 가능하다”비관론
비관론자들은 중국과 미국간의 막대한 무역량과 경제적 의존이 전쟁을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은 순진하다고 비판한다. 1914년 1차 세계대전이 발생하기 직전까지, 독일은 영국의 2대 수출시장이었고 영국은 독일의 1대 수출시장이었지만 서로 포화를 퍼부었다. 일본도 부유해진 경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시아 국가들을 침략했다.
또 이념의 시대는 끝났다고 해도 중국과 미국이 지향하는 ‘좋은 사회’에는 큰 차이가 있으며,중국이 자신들의 식대로 확장하는 것을 미국이 억누를 경우 군사적 충돌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군사 충돌 막을 전략은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부 장관은 “과거 돈독했던 영국과 독일이 적대적으로 돌아섰던 것처럼,미국과 중국의 유전자(DNA)는 갈수록 적대적으로 변할 수 있다”며 “한쪽이 다른 한쪽을 넘어설 수 없다는 점과, 양국의 갈등이 두 국가의 사회와 세계 평화를 좀먹을 수 있다는 점을 확실히 인식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대만과 북한 문제, 사이버전쟁 등에 대한 중국과 미국 간의 ‘분쟁해결 원칙’이 수립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충돌의 최전선인 동아시아에 ‘동아시아 정상회의’같은 다자간 협의체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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