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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 새로운 생명체 '비소 미생물' 발견/ 외계인 존재, 상상 넘어 현실적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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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 새로운 생명체 '비소 미생물' 발견/ 외계인 존재, 상상 넘어 현실적 가능성

입력
2010.12.03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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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우주 어딘가에 우리와 다른 생명체가 살고 있지 않을까. 인류의 이 오랜 물음에 대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4일 답을 내놓았다. “그럴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증거를 내놨다. ‘비소(As) 미생물’이다.

한편에선 NASA의 이 발표에 대해 ‘뭐야, 외계인이 아니잖아’ ‘비소가 뭐 그리 대수야’라는 반응이 나온다. 이티(E.T) 같은 생명체 발견을 기대했다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실망하긴 이르다. 이제 시작이니까.

비소와 인, 화학적 성질 유사

우주에 지구만큼 살기 좋은 행성은 없을 거라고 우린 추측한다. 다른 행성은 아주 뜨겁거나 아주 차가울 것이다. 공기도 중력도 물도 없을 터다. 이런 혹독한 환경에도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그들의 몸은 우리와 화학적 조성이 많이 다를 거라고 과학자들은 상상해왔다.

생물을 구성하는 주요 원소는 탄소와 수소 질소 산소 황 인의 6가지다. 이들 원소가 유전물질(DNA와 RNA)과 단백질, 지질 같은 기본적인 생체분자를 만들어낸다. 특히 인(P)은 산소(O)와 결합한 인산 형태로 유전과 당 대사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NASA가 발표한 비소 미생물(GFAJ-1)은 유전이나 대사과정에 인 대신 비소를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NASA 연구팀은 비소를 넣은 용액에서 GFAJ-1을 키운 다음 세포를 떼어내 초고속원심분리기에 넣고 돌렸다. 그 결과 여러 층으로 나뉜 세포 구성물질 중 DNA와 RNA, 포도당이 있는 층에서 비소가 함께 추출됐다. GFAJ-1가 유전과 대사과정에서 비소를 사용했다는 간접적인 증거다.

화학에서 비소는 인과 같은 ‘족’에 속한다. 화학적 성질이 비슷하다는 소리다. 이론적으로는 인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과학자들은 외계생명체가 있다면 인 대신 비소를 사용할지 모른다고 예상해왔다. 이 예상을 NASA가 처음 입증한 것이다. 이유경 극지연구소 극지생명과학연구부장은 “보통 생물과 다른 원소를 갖고 사는 생물이 있다는 사실은 지구와 다른 환경에 우리와 화학적 조성이 다른 생물이 존재할 수 있다는 근거”라며 “생체물질에 대한 생물학 교과서 내용을 바꿔야 할 중요한 성과”라고 말했다.

외계생명체는 거대한 괴물?

비소는 인보다 크다. DNA 구성물질로 인 대신 비소가 들어있다면 DNA 전체 크기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부장은 “(GFAJ-1의 DNA는) 우리가 알고 있는 DNA의 구조와 다를지도 모른다”고 추측했다. GFAJ-1의 DNA에 인이 비소로 얼마나 대체돼 있느냐에 따라 크기와 모양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비소를 이용한 대사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생체물질도 지금까지 알려진 것들과 전혀 다를 수 있다.

이대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인 대신 비소를 이용하는 생물이 우주에 존재한다면 유전자와 생체물질이 보통 생물과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희한한 형태일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영화나 책에서 외계생명체를 거대한 괴물로 묘사한 게 어느 정도 설득력을 얻은 셈이다.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인이 비소로 대체될 수 있다면 탄소(C) 대신 규소(Si)를 갖고 있는 생물도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탄소와 규소도 같은 족에 속해 화학적 성질이 비슷하다. 규소는 실리콘의 구성 원소 중 하나. 이 연구원은 “실리콘은 높은 온도를 잘 견딘다”며 “실리콘과 유사한 생체물질을 갖고 있는 생물이라면 돌처럼 단단한 형태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접적 증거는 될 수 없어”

외계생명의 존재 가능성은 근대과학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근대과학은 인간 중심적인 사고를 벗어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 여겼다가 무한한 우주의 변방에 불과하다는 걸 알게 됐다. 인간을 특별한 존재로 여겼다가 인간도 동물처럼 점진적인 진화를 거쳤다는 걸 깨달았다. 또 의식이나 의지가 인간을 규정하는 독특한 특징이라 여겼다가 인간 행동의 상당부분이 무의식에 지배되고 있다는 게 밝혀졌다. 학자들은 이들 변화를 과학사의 ‘3대 불연속’이라 부른다. 홍성욱 서울대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 교수는 “우주 어딘가에 지구와 다른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바로 네 번째 불연속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GFAJ-1이 외계생명 존재의 직접적인 증거로는 부족하다는 시각도 있다. 외계가 아니라 지구에서 발견됐으니 말이다. 언젠가 비슷한 비소 생물이 외계에서 발견된다면 지구에 살던 게 우연히 우주선이나 로켓에 실려 우주로 나가 적응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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