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전쟁 당시 일본군의 만행을 속죄하기 위해 전쟁이 끝난 뒤에도 귀국하지 않고 중국에 남아 의술로 중국인을 구해온 일본인 의사 야마자키 히로시(山崎宏)가 1일 중국 산둥(山東)성 지난(濟南)시 자택에서 102세로 숨졌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1937년 중일전쟁 때 군마(軍馬) 수의사로 참전해 상하이(上海), 톈진(天津) 등을 종군한 야마자키는 일본군의 잔학 행위를 보다 못해 군속을 그만 두고 중국 각지를 전전했다. 1944년 현지에서 일본군에 소집됐으나 전쟁이 끝나 소집 해제된 뒤에도 “중국에 지은 죄를 갚겠다”며 귀국을 포기하고 중국인과 결혼했다.
독학으로 의술을 배워 1952년 의사 자격증을 딴 야마자키는 지난시에 진료소를 열어 주말에는 무료 치료하는 등 노인이나 어린이 진료에 애썼고 지역 주민에게서 “야마 선생”이라며 존경 받아왔다. 지난해 일본 총리 표창을, 올해 8월에는 외무장관 표창을 각각 받았다. 총리 표창 당시 “계속 속죄하는 마음이었다”며 일본군의 전쟁 만행을 잊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야마자키는 2004년 자신의 몸을 현지 의학연구를 위해 기증했다”며 “산둥성에서 외국인이 시신을 기증한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도쿄=김범수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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