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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환율전쟁의 진로

입력
2010.12.02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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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호

인천발전연구원 동북아ㆍ물류연구실장

세계경제가 지속 가능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중요 과제는 무엇일까. 세계 무역과 투자의 균형회복, 아시아의 지속적인 성장, 그린혁명 등 신산업 촉진을 꼽을 수 있다.

지난달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의 주요 의제인 글로벌 불균형과 환율문제는 첫 번째 과제에 해당한다. 서울 정상회의는 환율전쟁에 대한 각국의 견해를 공식 확인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경상수지 관리제와 관련된 예시적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신흥국에 외국자본 유출ㆍ입 통제를 인정하는 합의를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원인은 미국의 역할 약화

글로벌 불균형과 환율문제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계기로 더욱 불거졌다. 2차 세계대전 이후 60여 년 간 지속해온 미국의 기축통화국 역할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기축통화국의 필요조건은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다. 기축통화량이 세계경제가 성장하는 것에 맞춰 늘어나야 하므로, 기축통화국은 구조적인 경상수지 적자를 견딜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해야 한다.

단일경제권으로 통합되어 역내활동 비중이 높은 유럽과 달리, 미국은 아시아 등 신흥 공업국들에게 큰 소비시장을 제공하였다. 그 결과, 일본 한국 등에 이어 중국이 세계의 공장, 공급기지로 부상할 수 있었다. 미국은 낮은 저축률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거품 등으로 세계 금융산업을 리드하면서 소비지 역할을 해온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지탱된 세계 경제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못하다. 앞으로 아시아는 미국의 경제회복에 의존하기 보다는 역내의 지속적 성장에 더 힘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미국이 예전 역할을 회복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이전과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이제는 ‘소비가 아닌, 수출만이 살 길’이라고 외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5년 안에 수출을 두 배로 늘려 2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미 중앙은행은 장기 국채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6,000억 달러(약 700조원)를 풀기로 했다. 미국이 기축통화인 달러의 가치를 지키기보다는 실업 등 자국 내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통화팽창을 선택한 것이다.

달러 가치 약세를 유도하겠다는 미국의 양적 완화는 신흥국 통화의 강세를 의미한다. 이에 신흥국은 달러를 사들이는 등 환율 급락을 방어하려 하고, 이에 따라 환율전쟁이 확산돼 보호주의의 단면이 드러났다. 달러에 대한 불신이 심화하고 있는 만큼, 서울 회의에서 제안된 경상수지관리 가이드라인이 내년 상반기까지 마련될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환율전쟁은 이제 새로운 국면, 미국 달러를 대체할 기축통화 문제를 놓고 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남미 신흥국의 리더인 브라질과 차기 G20 정상회의 의장국인 프랑스 등은 달러가 아닌 새로운 기축통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프랑스는 내년 2월 G20 재무장관회의 때부터 기축통화 문제를 핵심 의제로 상정할 방침이다.

아시아의 지속적 성장 중요

달러가 기축통화 지위를 계속 유지하려 하겠지만, 유로ㆍ엔ㆍ위안 등이 기축통화로 함께 참여할 것인지, 달러를 대체하는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될 것인지를 점치기는 쉽지 않다. 우리로선 이제 아시아에서 역내 무역과 투자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한ㆍ중ㆍ일의 입장에서 대응하는 것도 고려해 볼 때가 되었다. 세계경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필요로 하며 실현성이 가장 높은 것은 아시아의 지속적 성장 실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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