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이니까 (내가) 알아서 해야지. 현실성 없는 이주 얘기만 하고 무너진 내 집 어떻게 할지는 아무도 얘기해주지 않고 있으니.”
2일 오전 인천에서 막 들어온 이인구(46)씨는 포격으로 앙상하게 남은 집을 수리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인천에서부터 직접 사 온 비닐로 깨진 유리창을 막고, 난장판이 된 거실을 치우느라 비지땀을 흘렸다. 지난 23일 북한의 포격 뒤 황급히 탈출, 인천 중구에 마련된 임시숙소에서 새우잠을 자는 동안에도 그는 폐허가 된 집 걱정뿐이었다. 그는 “내가 가서 치우지 않는 이상 누가 대신 치워줄 거라 기대도 안했어. 온전한 내 집 구들장에 등대고 잘 날이 언제일 지…”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날 여객선 편으로 연평도에 들어온 주민은 모두 49명. 인천으로 몸을 피했다 집 걱정에 돌아온 이들은 집을 어설프게나마 복구하느라 하루 종일 분주했다. 한 주민(62)은 “집에 유리창이 다 깨졌는데 내일 비가 쏟아진다고 하니까 일단 합판이라도 붙여놓을 생각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반면 관ㆍ군의 복구지원은 부지하세월(不知何歲月)이다. 전력과 상수도 통신 등 기반 시설의 정비는 완료됐다지만 여전히 무너진 가옥 등 피폭의 현장은 그대로 방치돼 있다. 옹진군과 연평면 관계자는 “오늘부터 복구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생각이었지만 무너진 가옥 등은 가구주의 동의 없이는 어찌할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날 들어온 한 주민은 “군청이나 면에서 한 번도 집을 수리해도 되느냐고 물어본 적이 없다.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옹진군은 전날 꽃게잡이 조업기간을 한 달 연장한 데 이어 이날 오전 11시 연평도 남쪽 연평어장에 내려진 조업 통제를 해제했다. 또 인천시와 함께 그 동안 섬 내 냉동창고에 방치돼 있던 꽃게(13만3,000㎏)를 팔기 위한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면사무소 관계자는 “생계가 위협받고 있는 어민을 위한 대책”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어민들은 배 수리 등 조업 재개를 위해 부산한 하루를 보냈지만 이들 대책이 당장 실효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 어민(46)은 “꽃게를 잡으려고 쳐 놓은 어구를 일단 걷어와야 하고, 밖으로 나간 선원이 다시 돌아와야 다시 조업을 할 수 있다.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옹진군 전체에는 꽃게 새우 멸치잡이에 쓰이는 통발(1만1,800여개) 안간망(54틀) 닻자망(808틀)이 회수되지 못한 채 바다에 방치돼 있으나 해경통제소에 조업 허가 신청은 한 건도 없었다.
연평도=남상욱기자 thoth@hk.co.kr
연평도=김혜영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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